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대선 공약이던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노무현 정권에서 운영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통령 주재 반부패협의회를 복원해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참여정부의 반부패협의회는 총리실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에다 감사원 검찰 국세청 등 사정기관까지 망라한 협의체였다.
청와대가 적폐청산특위를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원래 특위가 조사하려던 것은 최순실 국정 농단과 K스포츠·미르재단 정경유착,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위사업 비리 등이다. 이 가운데 국정 농단과 블랙리스트 문제, 방산 비리 등 상당수는 이미 수사 또는 재판이 진전된 만큼 별도 위원회를 통해 중복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난 보수정권의 비리 의혹을 여러 차례에 걸쳐 파헤치는 과거지향적인 소모전은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대통합’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 1호 공약이라도 필요할 때는 수정하는 것이 집권 세력답다.
청와대가 어제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반부패협의회는 부패 청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실태 조사를 통해 구조적 비리를 걸러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부패 청산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평가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지난해 52위로 1년 전보다 15계단이나 하락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어제 방산 비리 척결을 강조하면서 “필요한 경우엔 그 방안을 반부패협의회 안건으로 올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리온 헬기 납품 비리 사건 등 방산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부패를 근절하는 후속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