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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전성철]법무부 장관은 뒤로 빠져라

입력 | 2017-07-17 03:00:00


전성철 사회부 차장

“새 정부의 검찰 개혁 성패는 첫 인사에 달려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임 후 첫 과제 중 하나로 인사 문제를 꼽았다. 또 “정의롭지 못한 검사, 권력 편향적이었던 검사들은 국민이 원하는 검찰상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 검사들로 검찰 핵심 부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100점짜리 정답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한다면, 검찰 개혁은 이미 반쯤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그런 인사가 가능하냐다. 여야 교체가 이뤄진 2008년 초, 이명박 정부의 첫 검찰 인사 때 검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법연수원 19기는 뛰어난 특수통이 많다. 그런데 19기 몫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에 보임된 사람은 강력통인 윤갑근 검사였다. 윤 검사 본인도 “처음 통보를 받고 ‘내가 잘못 들었겠지’ 생각했다”고 할 정도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이들에 따르면, 이는 한 기수 아래인 20기가 보임된 특수3부장 인사 때문이었다. ‘윗선’에서 대구경북 출신 김광준 부장검사를 내리꽂으면서, 지역 안배를 다시 하느라 인사 판이 헝클어졌다는 얘기다. 김 부장검사가 내사 무마 대가로 유진그룹에서 수억 원을 받은 것은 바로 특수3부장 때다.

비슷한 실패 사례는 더 있다. 2011년 9월 당시 주유엔대표부 법무협력관이던 김형준 부장검사는 선호 보직인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발령 났다. 법무부는 김 부장검사의 임기가 이듬해 3월로 한참 남아 있는 점 등을 들어 반대했다. ‘윗선’은 반대를 무릅쓰고 김 부장검사 인사를 관철했다.

검찰에서는 “장인(박희태 당시 국회의장) ‘빽’이 좋긴 좋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왔다. 김 부장검사도 바로 그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자리에서 고교 동창에게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 수감됐다.

이런 실패를 막는 일이 박 후보자의 책임이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인사에서 ‘정치적 판단’을 배제할 공정한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치권력의 인사 청탁 통로인 장관 스스로가 인사 판에서 한 발짝 물러나 앉는 일이다.

중요한 인사 원칙은 정해주고, 구체적으로 누구를 어떤 자리에 앉힐지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인사 담당자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식이다. 또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인사 청탁을 하는 이들은 과감하게 좌천시켜 경각심을 주는 일도 필요하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그동안 수사 과정에서 공정성을 상실했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수사를 한 이들은 인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다.

다만 이 또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과거 주요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며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냈다. 이 인사는 당사자들의 반발을 샀다. 어떤 사건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제대로 조사를 하지도, 밝히지도 않은 탓이다.

창원지검장에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유상범 검사는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가 이뤄져 명예회복을 하길 원한다”며 다른 간부들과 달리 사표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진즉 이 사건 재조사를 천명했던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나,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며 사건기록을 등사해간 경찰은 여태 아무런 말이 없다.

문제가 제기됐던 사건은 철저하게 확인해 책임을 묻자.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정치 검사’ 꼬리표를 붙이는 인사는 개혁이 아니라 정치 보복이다.
 
전성철 사회부 차장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