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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이사회, 호텔서 ‘원전 중단’ 기습처리

입력 | 2017-07-15 03:00:00

긴급이사회서 13명중 12명 찬성…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의결
노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낼것”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의 3개월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 정책을 위한 첫 번째 조치다.

원전 공사 일시중단을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사회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수원 이사회가 정부 정책 추진을 위한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14일 오전 9시 20분 경북 경주시 북군동 스위트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적 이사 13명 중 12명의 찬성으로 신고리 원전 건설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꾸린 시점부터 적용되며 중단 기간은 3개월이다.

이날 이사회는 1급 보안 군사작전처럼 진행됐다. 전날 경주 본사에서 개최하려 한 이사회가 노동조합 반대로 무산되자 한수원은 바로 다음 날 오전 이사회를 전격 개최했다. 장소도 본사 대신 16km 떨어진 경주 보문단지 안의 호텔 회의실로 정했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을 군사작전처럼 추진한 데 대해 각계에서 비판이 나왔다. 한수원 노조는 “이번 결정은 군사 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졸속 통과”라고 비난했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호텔에 숨어서 저지른 불법 날치기”(자유한국당) “원전 문제를 공론화하자면서 반대 여론은 묵살한 조치”(국민의당) 등의 비판 성명이 나왔다.

한수원은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모양새가 나쁘더라도 빠른 결론을 내는 것이 낫다고 봤다”고 밝혔다.

군사작전하듯 결정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이 앞으로 정부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건설 일시중단을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결정 역시 탈원전에 관련해서는 새 정부가 강조하는 충분한 토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성풍현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에서 유독 정부가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토론이나 논의가 묵살되다 보니 공론화위원회 운영이 원전 폐기의 요식 절차라는 의혹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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