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바티 주한 이라크대사 “모술, 수백년 동안 다문화 공존… IS와의 전쟁때 보여준 것처럼 재건과정서도 협력 이어질 것”
와디 알 바티 주한 이라크대사는 13일 “한국과 이라크는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모술재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슬람국가(IS)의 이라크 내 최대 근거지였던 모술 해방을 계기로 13일 본보와 인터뷰한 와디 알 바티 주한 이라크대사(56)는 “모술을 되찾기 위해 다에시(IS를 비하하는 용어로 아랍어로 ‘짓밟다’란 뜻)와 싸울 때 보여줬던 협력과 공존이 모술 재건 과정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라크 제2의 도시로 대형 유전지대에 위치한 모술은 수백 년간 다민족, 다문화가 공존해 온 곳이다. 이라크 정부는 모술을 IS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집중 공세를 펼쳤다. 그 결과 IS로부터 모술을 빼앗긴 지 3주년이 되는 지난달 29일 사실상 탈환에 성공했다. 모술에서 IS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등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주민들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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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바티 대사는 모술 인근의 소도시인 바르텔라 출신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술에서 나왔다. 바르텔라는 지난해 10월 IS로부터 해방됐다. 알 바티 대사는 올 4월 바르텔라를 찾아 부활절 명절을 가족, 친지들과 보냈다. 그는 “전쟁의 슬픔과 승리의 기쁨이 동시에 느껴졌다”며 “다에시로부터 해방된 지역에는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고, 점차 일상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알 바티 대사는 IS 점령 기간에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로 모술 시민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적극적으로 보내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시민들은 사람을 마구 죽이고, 인신매매를 허용하는 다에시의 행태에 경악했다”며 “자식들이 다에시의 이념과 증오심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이라크 진출도 당부했다.
“이라크는 재건에 필요한 건설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나갈 것입니다. 또 석유 생산도 늘릴 것입니다.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