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첫 입장을 밝혔다. 조선신보는 11일 “남조선 당국의 관계 개선 의지를 말이 아니라 행동을 근거로 판단하겠다”며 “8월로 예정된 미국과의 합동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 중단을 결단할 수 있는가”라고 촉구했다. 조선신보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로 북한 관영매체는 아니지만 국제사회에 간보기나 의사 타진용으로 입장을 표명할 때 써온 외부용 채널이다.
북한은 이날 조선신보에서 “(베를린 구상이) 친미사대와 동족 대결의 낡은 틀에 갇힌 채로 내놓은 제안이라면, 북측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다”며 가정법을 쓴 방식으로 반응했다. 노동신문이 문 대통령 방미에 대해 “이런 추악한 친미분자는 처음”이라는 등 취임 이후 최고 수준의 막말을 쏟아낸 바로 다음 날 대외용 매체를 통해서는 베를린 구상에 대한 첫 반응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베를린 구상 발표 전인 지난달 22일에도 계춘영 주인도 북한대사는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 중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이 이 제안에 콧방귀도 안 뀌니까 한국을 흔들어 보려는 특유의 수법이다. 중국의 쌍중단(핵실험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궤를 같이하는 북의 주장은 한미 균열을 노리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