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미의 매력은 여러 겹이다. 치명적 아름다움의 여배우,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세상을 뒤흔든 스캔들 메이커 등. 그가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로 불리는 데는 빼어난 미모와 함께 굴곡진 삶도 한몫했다. 영화감독 홍성기, 배우 최무룡, 가수 나훈아, 의사 이종구 순으로 4번 결혼하고 4번 헤어졌다. 최무룡과는 간통 혐의로 구속돼 철창 신세를 졌다. 사실혼 관계였던 나훈아와는 7세 연하남과의 사랑으로 화제가 됐다.
▷생전에 배우 박노식은 김지미를 “웬만한 남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 여장부”라고 평가했다. 영화 외적 활동에서도 강단 있는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제3공화국의 엄혹한 시절, 그는 야당의 김대중(DJ)을 공개 지지했다. 그러나 DJ 정권이 들어선 뒤 ‘혁명군’처럼 행세한 좌파 영화인들과 마찰을 겪으며 한동안 영화계를 등졌다. 오랜만에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제 서울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데뷔 60주년 특별전 ‘매혹의 배우, 김지미’ 개막식에 참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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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