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訪美 첫날]문재인 대통령, 전투碑 찾아 혈맹 강조
문재인 대통령 부모도 탔던 흥남철수 배… 당시 항해사가 직접 찍은 사진 선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흥남철수 당시 피란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 1등 항해사 로버트 루니 제독(가운데)이 선물한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콴티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8일(현지 시간) 햇살이 내리쬐는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시의 국립해병대박물관에 설치된 장진호 전투 기념비 양쪽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미 해병대 깃발이 나란히 걸렸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을 찾아 태극 모양 화환을 헌화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어머니로부터 전해들은 ‘사탕 한 알’의 고마움을 전했다.
장진호 전투는 한미 동맹이 ‘혈맹’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50년 겨울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중공군 7개 사단에 포위된 미 해병 1사단이 2주간의 전투 끝에 극적으로 철수에 성공했다. 미국 전쟁사에는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기록돼 있다. 미 해병대가 희생을 감수하며 중공군의 남하를 지연시키는 동안 주민 9만여 명이 피란한 ‘흥남철수’가 성공할 수 있었다. 이때 흥남에서 철수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는 문 대통령의 부모가 타고 있었다.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사령관도 기념사에서 “한미 양국의 해병대는 형제와 같다. 부르면 우리는 언제든 달려가겠다”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외쳤고 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초 40분으로 계획됐던 이날 행사는 1시간 1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에 이등병으로 참전했던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 등 기념식을 찾은 장진호 전투 및 흥남철수 관계자들과 일일이 대화를 나누면서 예정됐던 시간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옴스테드 예비역 중장에게 고개를 90도 가까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부모도 탔던 흥남철수 배… 당시 항해사가 직접 찍은 사진 선물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흥남철수 당시 피란민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 1등 항해사 로버트 루니 제독(가운데)이 선물한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콴티코=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 옆에 산사나무를 심으며 “산사나무의 별칭이 윈터킹(Winter King·겨울 왕)이다. 이 나무처럼 한미 동맹은 더욱 풍성한 나무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방미에 동행한 국내 기업인들과 차(茶)담회를 가진 뒤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와 면담했다. 최근 탈핵을 선언하며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계획을 밝힌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천연가스 등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