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 승전 15주년]
지난해 1월 21일 출범한 비영리 재단법인 연평재단은 김 감독이 ‘연평해전’ 수익금 10억 원을 출연해 만들었다. 이 재단의 일은 이름처럼 제2연평해전의 유가족 및 생존 병사를 돕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군인, 경찰, 소방관같이 제복 입은 공무원(MIU·Men In Uniform)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게 궁극적 목표다. 김 감독은 “‘군바리’라는 말처럼 군인을 비롯한 MIU를 비하하는 표현이 만연하고 있다”며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위해 몸 바치는 MIU가 정작 사회에서는 홀대받는 사각지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작은 영화였지만 김 감독은 MIU의 헌신을 알리는 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전광판에 상영되는 ‘제복 입은 대원들’ 영상 22일 저녁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외벽 전광판에 연평재단과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연구팀(김학순, 임지아 교수)이 제작한 영상 ‘제복을 입은 대원들’이 흐르고 있다. 김학순 씨 제공
이들의 헌신을 알리는 여러 방법을 고민한 결과 ‘제복을 입은 대원들’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30일까지 오후 6시 반∼11시,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벽면 전광판에는 3분 길이의 ‘제복을 입은 대원들’ 영상이 재생된다. 연평재단과 서강대 영상대학원 동료 임지아 교수가 함께 제작했다. 6·25전쟁 참전용사들과 당시 화엄사를 지켜낸 고(故) 차일혁 경무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그리고 올 3월 용산구 화재 현장에서 온몸을 던져 시민을 구한 최길수 소방관의 이야기 등으로 구성됐다. 이 영상은 다음 달 초 수서고속철도 수서역 앞 전광판에서도 상영된다. “영화 ‘연평해전’을 통해 영상의 파급력을 깨달았다”는 김 감독은 국군의 날에 맞춰 서울광장에서 길이를 늘려 상영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재단 운영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부족한 후원금이다. 김 감독이 스스로 재단에 넣은 기금을 제외하면 후원금은 600만 원뿐이다. 이런 사정 탓에 김 감독뿐만 아니라 재단이사 6명은 무급이다. 김 감독은 “서강대 교수, 영화감독 역할과 동시에 재단 활동도 챙기는 게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참전 장병을 돕기 위해 고민도 한다. 김 감독은 “생존 병사들은 아직까지도 트라우마 치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이들이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돈이 부족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활동은 영상 제작”이라며 “영상을 통해 MIU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킨 후 기회가 되면 이분들을 물질적으로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국민들의 정신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비판이 무관심보다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국민이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게 당장의 소망입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