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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금속노조의 ‘봉이 김선달’식 일자리기금 제안

입력 | 2017-06-21 00:00:00


현대차그룹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어제 사측에 5000억 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을 노사 공동부담으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노조를 상대로 진행 중인 통상임금 소송을 중단하고 통상임금을 모두 지급하면 그 돈 중 7%를 떼어내 2500억 원을 기금으로 내겠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여기에 매년 노사가 100억 원씩 갹출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 하청업체 고용지원 등에 기금을 쓰자고 했다.

2013년부터 진행된 통상임금 소송 1심과 2심에서 현대차노조는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노조가 승소하면 받고, 패소하면 받지도 못할 돈으로 사회적 기금을 만들자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노조는 ‘통 큰 양보’라고 주장하지만 설령 승소한다고 해도 임금의 주인은 조합원인 만큼 노조가 생색낼 일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실체가 없는 봉이 김선달식 주장”이라고 답한 것도 당연하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겉으로는 비정규직 보호를 외치지만 자신들의 기득권 때문에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의 양보가 꼭 필요한데도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13일 임단협 출정식에서 “우리의 기득권을 후퇴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장기근속 직원의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단체협상안을 통과시켜 ‘고용세습 노조’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는 모양이다.

한국노총은 어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만든 주역인 자신들을 홀대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동반자 관계라고 강조했지만 지난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빨리 폐기하라고 빚 독촉하듯 몰아세우는 데 공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입장에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도 엄연한 기득권 세력인 현실을 노동계가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