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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5촌 살인사건’ 미스터리 재수사하나

입력 | 2017-06-19 03:00:00

법원 “사건 수사기록 공개하라”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5촌 조카들 사이에서 6년 전 벌어진 살인 사건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살해당한 박용철 씨(사망 당시 49세)가 박 전 대통령 남매의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인물이어서, 살인에 숨겨진 배후가 있을 거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기록 공개가 박 전 대통령 일가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법원, “수사기록 공개하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철 씨 유족이 검찰을 상대로 “비공개 사건기록 복사를 허용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측에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박용철 씨는 2011년 9월 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칼로 복부를 여러 군데 찔리고, 머리도 망치에 맞아 함몰된 채였다. 혈액에서는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됐다. 박 씨가 사망한 곳에서 3km가량 떨어진 등산로에서는 박 씨의 사촌형 박용수 씨(당시 51세)가 단풍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의 지인들은 경찰에서 “박용수 씨가 금전 문제로 박용철 씨에게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박용수 씨가 박용철 씨에게 약을 탄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북한산으로 끌고 가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도 경찰의 의견대로 박용수 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박용철 씨 유족은 이후 “박용철 씨의 사망 이전 한 달간 통화기록과 통화 상대방의 신상정보 등 비공개 수사기록을 등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기밀이 누설될 수 있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유족이 요청한 정보는 기밀로 볼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 육영재단 분쟁, 수사대상 될까

캐나다 국적인 박용철 씨는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거구로 한때 박 전 대통령의 경호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2007년 11월 박용철 씨는 폭력조직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63) 측을 육영재단에서 쫓아낸 이른바 ‘육영재단 폭력사건’에 앞장섰다. 그는 사건 이후 2008년 5월부터 9개월간 육영재단 산하 어린이회관의 관장으로 일했다.

박용철 씨의 죽음을 놓고 의혹이 무성한 이유는 그가 숨진 시점이 박근령 씨의 남편 신동욱 씨(49)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신 씨는 2007∼2009년 인터넷에 “박지만 씨가 육영재단을 강탈했고, 박용철 씨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박용철 씨는 생전에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실장과 통화한 녹음파일이 있다”며 육영재단 사태 배후가 박 회장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법정에서도 이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었다. 박용철 씨의 증언을 듣지 못한 채 진행된 재판에서 신 씨는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2013년 2월까지 복역했다.

비공개 수사기록에서 새로운 단서가 나오면 이는 국정 농단 사건 재수사의 발단이 될 수 있다. 올해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재산 문제를 조사하면서 이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검토한 바 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이던 1982∼1990년 최 씨 일가가 재단 자금을 빼돌려 막대한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수사기간 연장이 불발돼 관련 기록을 검찰로 넘겼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동혁·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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