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경제부 기자
다른 방문객들의 얘기도 대체로 비슷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청약통장을 써야겠다는 것이었다. 결혼 4년차 부부는 “서울 아파트 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전세를 놓더라도 일단 집을 장만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상환이 끝나지 않은 전세자금 대출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본보기집을 찾은 인원은 무려 1만여 명에 달했고, 본보기집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시간씩 기다려 입장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대기자들이 늘어선 주차장엔 더위를 식히라고 대형 선풍기가 여러 대 동원됐다. 여러 면적 크기의 아파트 실내 구조를 보려고 전시실을 옮기는 데도 20∼30분씩 걸릴 정도였다. 본보기집을 나서면 속칭 ‘떴다방’으로 불리는 이동식 중개업자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청약통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전망이 좋은 일부 아파트는 당장이라도 5000만 원 이상 웃돈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합동 단속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예고하면서 시장은 이처럼 한 발짝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규제가 닥치기 전에 ‘막차’라도 타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도 크다. 당장 하반기(7∼12월)엔 금리 인상 등 변수가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리가 오른다면 무리한 대출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서울 등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 양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정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맞춤형 규제’가 이뤄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증시 격언에 ‘정부 정책에 반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읽고 그에 맞는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부동산 시장에도 적용된다. 뜨거운 한낮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보기집 앞에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박성민 경제부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