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객실에 스마트CCTV 설치… 좌석별 착석 정보 승무원에 전송 KTX-ITX 청춘열차 시범적용
지난달 평일 고향인 광주에 내려가기 위해 호남선 고속철도(KTX)를 탄 대학생 조성근 씨(28)는 옆에 앉은 40대 남성의 티켓을 보고 깜짝 놀랐다. 티켓에 적힌 목적지가 한참 전에 지나친 천안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서울에서 전북 정읍을 가는데 요금을 아끼려고 천안행 표를 끊은 것이었다. 검표 때마다 화장실을 가는 척 자리를 뜨는 식으로 승무원의 눈을 피한 그는 결국 목적지 도착 전에 승무원에게 적발됐다. 조 씨는 “말로만 듣던 얌체족을 실제로 보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런 얌체족(族)을 막기 위해 스마트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신기술을 내놨다.
코레일은 지난달부터 무임승차 승객을 잡아내는 CCTV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승객 착석 유무를 스스로 판단하는 CCTV를 객실에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라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객실에 설치되는 이 스마트 CCTV에는 좌석별로 승객이 앉아 있는지를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영상인식기술이 적용됐다. 스마트 CCTV가 파악한 착석 정보는 승무원이 갖고 있는 태블릿PC 등에 전송되고 승무원은 이를 발권 명세와 비교해 무임승차자를 즉각 찾아낼 수 있다.
코레일이 얌체족 적발에 나선 것은 무임승차 승객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KTX 무임승차 적발 건수는 2014년 8만 건에서 지난해 9만100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같은 일반 열차를 합치면 지난해 무임승차 적발 건수는 25만5000건에 달한다. 이들에게 걷은 징수금(기본 열차운임에 부과운임을 더한 것)도 37억300만 원에 이른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열차에 탑승한 승무원 2명이 일일이 승객의 표를 살펴야 해 검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집중됐다”라며 “앞으로 CCTV가 도입되면 그만큼 차량 내 다른 서비스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