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만난 내각인선]여권 ‘인준표결 대응’ 엇박자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추 대표는 이날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고 있는 야권을 향해 “대통령의 선의를 왜곡하지 말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야권은 더 이상 대통령의 선의를 왜곡하지 말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청문회 인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민주당 추미애 대표)
“야당이 저희 진심을 받아주도록 물밑 접촉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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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 키’ 택한 靑
인사 난맥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는 “야당의 공세가 지나치다”는 불만도 있지만 공식적으론 연일 ‘로 키(low-key)’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청와대 실장 및 비서관 회의에서 고심 끝에 장차관 인선 발표를 미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후속 인사까지 발표하면 야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낮은 자세는 사실상 내정된 다른 장차관 후보 중에서도 위장전입 같은 문제가 추가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5대 배제)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다 보면 위장전입 (논란 인사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로선 야당과 각을 세워 얻을 게 없는 셈이다.
○ 낮은 자세 禹, 강경한 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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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오후 추 대표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추 대표는 의원 워크숍에서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운을 뗀 뒤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5대 원칙의 배경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인사 관행이었고 국민이 만든 기준을 문 후보가 수용한 것이었다”며 “(우리는) 야당 시절 하나의 흠결만으로 총리 인준에 반대하진 않았다. 최소한 2건 이상의 흠결이 드러나 국민으로부터의 부적격 여론이 분명해 공분을 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또 “행여 야권이 이낙연 후보자의 단순 실수나 불찰까지 흠결로 삼고 대통령을 흔들겠다는 정략적 심산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의 발언에 청와대는 재빨리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 대표의 야권) 비판이 있었다면 청와대의 입장은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진정한 소통에 더 무게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 대표의 주장은 ‘청와대의 뜻’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 발표는 문 대통령이 하고, 사과는 대통령비서실장이 하는 데 대해 의원들의 반감이 크다”며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