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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발표 30분전 통보 받은 트럼프 “美 사상 최대 마녀사냥”

입력 | 2017-05-19 03:00:00

美법무부 부장관이 전격 결정




미국 법무부가 특별검사 수사에 나서면서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반(反)트럼프 움직임을 더욱 구체화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의회 의사당에서 탄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7선 연방 하원의원인 앨 그린(텍사스)은 17일 하원 본회의장 발언을 통해 ‘트럼프 탄핵’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식적인 의회 활동 중 트럼프 대통령 탄핵 발언이 나온 건 처음이다. 그린 의원은 “유권자와 헌법에 대한 의무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로 탄핵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을 포함해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일리노이 주지사 후보인 J B 프리츠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탄핵은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 되지만, 안보와 민주주의를 보호하려면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해킹한 것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방해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뢰할 만한 보고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탄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저스틴 어마시 연방 하원의원(미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내통 의혹 관련 수사 중단을 요청한 게 사실이면 탄핵되어야 하느냐’고 묻는 정치전문 매체 ‘더 힐’ 기자에게 “그렇다”고 답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의 한 연방 하원의원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아마 펜스는 (대통령) 예행연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당한) 리처드 닉슨 때와 똑같다. 사건 자체보다 은폐하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 역사상 유일한 최대의 마녀사냥(the single greatest witch hunt)”이라며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 캠프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온갖 불법이 일어났지만 특검은 지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을 건의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자신에게 칼끝을 겨눈 특검 수사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는 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이번 결정을 공식 발표하기 30분 전 백악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과 상의 없이 결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코네티컷 주 뉴런던의 해안경비대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단언컨대 역사상 그 어떤 정치인도 나만큼 불공평하고 나쁘게 다뤄진 적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저녁 발표한 성명에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내 선거본부와 그 어떤 외국 정부도 공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러시아 스캔들 수사 문제가) 조속히 결론지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러시아 유착 스캔들 당사자이기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가 러시아 외교장관에게 기밀을 누설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이 원한다면 “트럼프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의 대화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푸틴은 미국이 ‘정치적 정신분열증’에 빠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한기재·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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