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글로벌 불황에 일감 끊겨 현대重 “7월부터 가동 잠정중단… 수주 충분히 늘어나면 재가동” 주민들 지역경제 침체에 한숨… 문재인 대통령 ‘존치’ 약속 이행 기대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에 있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건조 중인 마지막 선박을 이날 진수(進水)했다. 진수 이후 마무리 작업과 시험 운항만 하면 배를 주문한 선주에게 인도할 준비가 모두 끝난다.
보통 진수식에서는 안전항해를 기원하는 의미로 샴페인 병을 선박에 부딪쳐 깨뜨리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호황일 때는 외부 인사들을 초청해 화려하게 진수식을 열었지만 이번에는 가동 중단을 앞둔 민감한 시기라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히 진행됐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물때에 맞춰 배를 띄우는 작업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광고 로드중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이 축구장 250개 크기(181만 m²) 부지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2008년 5월 공사에 들어갔지만 얼마 안 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조선업 불황이 시작돼 결국 준공된 지 7년 3개월 만에 잠정 중단에 이르게 됐다.
지역경제 부흥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게 되자 지역 분위기도 덩달아 침체됐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군산조선소에 남아 있는 직영 인력과 협력사 직원은 1600여 명. 지난 1년 동안 3500명 넘게 일자리를 잃고 남은 숫자다. 주민 A 씨는 “조선소 주변 원룸이 비어가고 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군산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들도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들 업체 중 대부분은 군산조선소가 지어질 때 함께 들어섰다. 선체 보강재를 생산하는 신산테크의 김평옥 대표는 “3월 이후 군산조선소 납품 실적이 ‘제로(0)’다. 2년 전 연매출이 100억 원을 바라봤는데 올해는 20억 원대로 쪼그라들 처지다. 100명 넘던 직원도 줄줄이 내보내고 지금은 20여 명뿐”이라고 말했다.
몇 달 전 군산조선소에서 울산조선소로 옮긴 현대중공업 직원 B 씨는 “가족을 두고 울산에 혼자 넘어와서 일하고 있다. 군산조선소가 들어서기도 전인 2008년부터 모래바람 맞아가며 조선소를 함께 일궜는데 이렇게 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