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송평인]나폴레옹 닮은 마크롱

입력 | 2017-05-10 03:00:00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는 1804년 황제 대관식을 올릴 당시 35세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후 가장 젊은 프랑스 지도자다. 마크롱은 1977년 12월 21일생이다. 태어난 연도만을 따지는 우리나라 언론의 계산법으로는 40세이지만 월일까지 따지는 서구식으로 계산하면 아직 생일이 되지 않아 한 살을 더 깎기 때문에 39세다. 마크롱은 서구식으로는 아직 30대다.

▷마크롱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뇌는 63세로 마크롱보다 24세 연상이다. 트로뇌는 마크롱의 고교 시절 연극 선생이었다. 트로뇌가 전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자녀 셋 가운데 한 명은 마크롱보다 나이가 많고 한 명은 동갑이다. 나폴레옹이 황제로 취임하던 1804년 당시 부인은 조제핀으로 나폴레옹보다 7세 연상이었다. 잠도 잘 자지 않고 새벽 2시에도 자주 텔레그램에 메시지를 띄우는 마크롱의 부지런함도 나폴레옹을 닮았다. 기록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하루에 3∼4시간 이상 자지 않고 부족한 잠은 말 위에서 틈틈이 자는 것으로 보충했다고 한다.

▷마크롱이 대선에서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를 누른 것은 나폴레옹이 부르봉 왕가를 복원하려는 왕당파의 반(反)혁명 시도를 물리친 것에 비유된다. 나폴레옹이 프랑스혁명의 이념에 동조하면서도 실용적 중도주의로 자코뱅식 좌파 급진 정치에 시달린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듯이 사회당 정부의 각료였던 마크롱의 시장친화적 노선도 노동시장을 옥죈 좌파 경제민주화에 숨 막혔던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마크롱의 신생 정당 ‘앙마르슈’는 전진(前進)을 뜻하는데 어딘지 나폴레옹 군대의 행진 구호 같은 느낌이 난다.

▷새 대통령이 추구하는 노선은 미국의 빌 클린턴, 영국의 토니 블레어,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따랐던 제3의 길의 프랑스판이라고 할 수 있다. 39세라는 나이는 프랑스의 케네디로 포장하기에도 충분한 매력적인 나이다. 나폴레옹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젊은 지도자가 과연 비관적인 분위기에 빠져 있던 프랑스에 위기의 나라를 구할 새 나폴레옹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