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쇠고기에 이어 미국산에 군침 흘리는 중국 때문에… 대형마트, 대체 산지 찾기 경쟁
9일 오전 서울의 한 롯데마트 매장에서 고객이 캐나다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캐나다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마트 제공
대형마트 식품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의 위장’ 중국인들의 식성이 다양해지고 기후변화로 농작물이나 수산물의 생산 환경이 바뀌면서 대형마트들이 안정된 가격에 신선식품을 들여올 수 있는 ‘대체 산지 찾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는 4월 말부터 캐나다산 수입육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5년 2월 캐나다에서 소해면상뇌증(BSE·일명 광우병) 소가 발생하면서 검역이 중단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당시 캐나다산 쇠고기는 해당 소를 소각하는 등 관련 조치를 거쳐 약 10개월 만에 다시 검역이 재개됐지만 이미 미국산 등 대체재에 시장을 뺏긴 상황이었다. 현재 캐나다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광우병 통제 국가’로 분류돼 있다.
국내 수입육 중 ‘대세’인 미국산과 호주산을 두고 캐나다산을 수입한 이유는 쇠고기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쇠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최근 2, 3년 사이 호주산 쇠고기 가격이 급등했다. 4월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만찬 메뉴로 오르는 등 미국산 쇠고기도 조만간 중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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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는 기온 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국적이 바뀌기 시작한 품목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제주산 갈치가 인기가 높지만 수온 상승과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어획량이 40% 수준으로 줄어들며 가격도 폭등한 상황. 이 때문에 세네갈산 냉동 갈치가 수요를 충당하고 있었다.
최근 1, 2년 사이에는 새로운 산지로 동남아시아가 부상했다. 이 지역에서는 갈치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거리가 가까워 생물로 수입이 가능하다. 현재 이마트는 인도네시아에서 갈치를 수입하고 있고, 롯데마트는 지난해 처음으로 필리핀산 갈치를 들여왔다. 노르웨이산 고등어, 아일랜드산 골뱅이 등도 수온 상승, 어획 자원 고갈로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며 대체 산지를 찾은 사례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바나나는 필리핀산이 많았다. 하지만 병충해와 엘니뇨로 인한 자연재해로 바나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바나나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0% 상승했다. 게다가 중국에서 바나나, 오렌지 등 수입 과일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국제 시세 상승을 부채질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곳은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남미 지역. 하지만 덜 익은 채로 들여와 국내에서 숙성시켜 판매하는 바나나 특성상 수입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이 지역 바나나는 필리핀 바나나보다 껍질이 두꺼워 숙성 온도나 환경이 다르다. 조건을 못 맞추면 수입을 하고도 썩거나 숙성이 덜 돼 판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시행착오 끝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중남미 지역 바나나를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멕시코산 바나나의 경우 2015년 39t에서 2016년 5071t으로 수입량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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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