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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1일부터 ‘빚 못갚으면 집만 넘기는 대출’ 확대

입력 | 2017-05-10 03:00:00

미국식 유한책임 대출 Q&A




이르면 11일부터 대출자가 정책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에 대해 담보만큼만 책임지는 ‘미국식 유한책임 대출’이 확대된다. 담보로 잡힌 집값이 대출액보다 떨어져도 집만 넘기면 그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9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이르면 11일부터 유한책임 대출 범위가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기금 재원의 디딤돌 대출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 재원의 디딤돌 대출로 확대된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등 대선 후보들도 이 유한책임 대출을 가계부채 관련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대선 이후 유한책임 대출을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확대하거나 소득 기준 등 요건을 완화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한책임 대출을 문답식으로 풀어 소개한다.

Q. 유한책임 대출이 뭔가.

A.
상환 책임을 담보물(주택)에만 한정하는 대출을 말한다. 책임 한정형 대출이나 비소구 대출로도 불린다. 예를 들어 대출자가 집을 구입하면서 이 집을 담보로 2억 원을 빌렸는데 나중에 집값이 1억8000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하자.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할 상황일 때 집을 넘긴다. 대출금 차액인 2000만 원은 금융기관이 떠안기 때문에 대출자는 담보로 잡힌 집 외에 추가로 빚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州)가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에도 이 유한책임 대출을 적용하고 있다.

Q. 현재까지 유한책임 대출은 얼마나 실행됐나.

A.
국내에서는 2015년 12월부터 주택도시기금 재원의 디딤돌 대출에 대해 적용됐다.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통해 총 1만283건, 금액으로는 총 9183억 원어치의 대출이 나갔다. 아직까지 대출이 연체돼 담보를 경매에 넘긴 사례는 없었다.

Q. 신청 요건은….

A.
부부 합산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나머지는 일반 디딤돌 대출과 같다. 금리는 5월 현재 연 2.25∼3.15%이고 대출 한도는 2억 원이다. 대상 주택은 주거 전용면적 85m² 이하, 담보주택 평가액 5억 원 이하다.

Q.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나.

A.
주택금융공사 재원의 디딤돌 대출로 확대 적용된다. 신청 방법도 더 편리해진다. 현재는 은행 창구에서만 신청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할 수 있다. 다만 단지 규모, 주택 노후 정도, 가구 수 증가율, 구입 가격의 적정성 등 담보 평가 결과에 따라 일반 디딤돌 대출보다 대출액이 줄어들 수는 있다.

Q. 연간 공급 한도는 얼마나 되나.

A.
유한책임 대출에 대한 한도는 따로 없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해 나간 디딤돌 대출에서 연소득 3000만 원 이하 대출자의 비중이 27%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디딤돌 대출 전체 공급량 7조6000억 원 중 2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Q. 유한책임 대출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A.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연합자산관리(유암코), 대신F&I 등 국내 자산유동화전문회사 7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2016년 6년간 빚을 연체한 3495명이 집을 경매에 넘기고도 약 4393억 원의 빚을 떠안았다. 1인당 1억2568만 원이다. 경매가 한두 차례 유찰되면 담보가치는 급격히 줄어들지만 연체이자(은행기준 11∼15%)에 대출채권 관리비용 등이 붙어 빚은 불어나기 때문이다. 시장금리가 올라 대출 부실이 커지거나 집값이 하락하면 담보로 빚을 다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Q. 은행권에도 적용될 수 있나.

A.
올 초 금융위는 유한책임 대출을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 다른 정책성 주택담보대출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로 단계적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유한책임 대출은 장기적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은행들이 담보물에 대해 더 깐깐하게 심사하고, 남은 대출은 떠안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한 책임대출이 적용되면 은행들이 대출액을 깎거나,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유한책임 대출을 늘려 은행의 대출심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영배 나이스평가정보 CB연구소장은 “은행이 담보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은행과 차입자가 함께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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