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게 부끄러워지는 4월이다. 3년 전 4월 16일 오전 10시 17분. 침몰한 세월호가 이승과 교신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한 학생이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에는 이런 메시지가 남아있다. “기다리래. 기다리라는 방송 뒤에는 다른 방송이 안 나와요.” 어른들을 철석같이 믿고 따르다 죽어간 아이들을 떠올리면 이 땅의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부끄럽고 아픈 회한이 사무친다.
내일이면 세월호가 침몰한 지 꼭 3년이 된다. 세월호는 다행히 얼마 전 인양돼 전남 목포신항에 누워있다. 긴 세월을 기다려온 가족들에게 미수습자 9명의 유해를 찾아 돌려주는 것이 남아있는 최우선 과제다. 사고 당일 살아만 있어달라는 바람은 하루 뒤 시신이나마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고 시신 인양이 중단된 뒤에는 유해라도 찾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허무하다면 허무할 그 바람이 채워지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세월호 3주기, 이제 아픔을 딛고 일어설 때다. 세월호가 인양된 이상 천막이 있어야 한다면 그 자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이 아니라 목포신항이다. 그곳에 수습할 유해와 함께 선체의 ‘진실’이 인양돼 있다. 세월호 침몰에 대해 무리한 증축, 화물 과적, 평형수 감축, 조타 과실 등 납득할 만한 원인이 제시됐지만 그 사실을 외면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정밀한 선체 조사가 진행되겠지만 육안만으로도 잠수함 충돌설, 암초 충돌설은 괴담으로 드러났다. 거짓으로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사람들이 선체 조사 과정에서 또 무슨 트집 잡기를 할지 모르겠으나 더 이상 세월호를 정쟁(政爭)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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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 3시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3주기 추도식이 예정돼 있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3년간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가.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다고, 뇌물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부정청탁을 막기 위해 김영란법을 제정했다고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졌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적폐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더께 앉은 관행이란 이름의 구습(舊習)과 부패가 바로 적폐요, 이를 일소하는 것이 진정한 적폐 청산이다.
누구의 죽음이 안타깝지 않을까마는 못다 핀 꽃들의 스러짐은 우리를 더 아프게 한다. 3년 전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꼭 껴안고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했다.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새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3년 전 그날의 회한이 아직도 남아있는 동안 그 회한을 대한민국을 바꾸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