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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카스텔라 카리스마’

입력 | 2017-04-14 03:00:00

할 일 하고 할 말 하고… 분위기 주도
짓궂은 장난으로 웃음바다 만들고… 동료 아쉬운 플레이는 따끔한 지적
주장 맡으면서 책임감도 더 강해져… 롯데 ‘시끄러운 더그아웃’ 살아나




6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롯데 주장 이대호(오른쪽)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즌 초 롯데의 고공 행진을 이끌고 있다. 이대호는 롯데가 지난 4년간 경험하지 못한 가을야구를 사직구장 홈팬들에게 안겨줄 수 있을까. 롯데자이언츠 제공

#장면 1.

6일 사직구장 프로야구 넥센과 롯데의 경기 7회말. 롯데 최준석(35)이 오른쪽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안타를 치고도 2루까지 가지 못하자 더그아웃에 있던 이대호(35)가 벌떡 일어섰다. “왜 2루까지 뛰지 않았느냐”고 버럭 소리까지 질렀다. 주루코치의 지시였다는 최준석의 해명을 듣고 나서야 이대호는 고개를 끄덕인 뒤 홈을 밟은 주자를 향해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프로야구 최중량(130kg) 선수이자 자신과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최준석을 향한 이대호의 짓궂은 장난에 더그아웃에 있던 동료들도 폭소를 참지 못했다.

#장면 2.

7일 사직구장 LG와 롯데의 경기 2회초. 평범한 땅볼을 한 차례 놓쳤다 잡은 롯데 3루수 문규현(34)이 급하게 1루로 공을 던졌다. 송구가 짧아 자칫 공이 뒤로 빠질 수 있었던 상황. 어렵사리 원바운드로 공을 잡은 1루수 이대호는 문규현을 향해 “괜찮다” 대신 손가락을 가로저으며 ‘똑바로 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1년 선배 이대호의 경고 메시지에 베테랑 문규현도 고개를 숙이며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이처럼 이번 시즌 롯데는 ‘돌아온 빅보이’ 이대호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찍이 1월 롯데 복귀 기자회견에서 “부드러움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던 이대호는 자신의 공언대로 여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후배에게 쓴소리를 해야 할 땐 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시즌 초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13일 현재 3위에 오른 롯데가 상위권을 질주하고 있는 것도 그라운드 안팎을 가리지 않는 이대호의 리더십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이대호는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 또한 예전보다 강해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6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이대호는 “팀 적응이 먼저”라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전지훈련에 앞서 김인식 대표팀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미국에서 진행되던 롯데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최근에는 선수단을 대표해 프런트에 사직구장 내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냉장고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미국, 일본 무대에서 고독한 생존경쟁을 펼쳤던 이대호가 모처럼 돌아온 친정 팀에서 동료들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더 커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과거 이대호가 롯데에서 뛸 당시 팀의 주장이었던 조성환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돌아오자마자 주장을 맡으면서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었던 롯데 특유의 시끄러운 더그아웃 분위기가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경기력 면에서도 ‘이대호 효과’는 컸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는 선수들이 타석에만 서면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몸이 굳어 있었는데 올해는 이대호의 복귀로 선수들이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힘을 뺀 롯데 선수들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홈런 수만 보더라도 지난해 10개 구단 중 8위(127개)로 마쳤던 롯데는 홈런 공동선두 이대호(5개)를 앞세워 팀 홈런 1위(21개)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 도시 부산이 다시 들끓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이대호가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