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이제 짐은 류순현 행정부지사(54·고위공무원단)가 떠안았다. 다음 달 10일 출범할 새 정부는 내각을 구성한 뒤 행자부 고위직 인사를 단행할 확률이 크다. 류 부지사도 대상이다. 유임되면 내년 6월 말까지 경남호(號)의 선장을 맡지만 교체되면 도정은 또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행정고시(31회) 출신인 류 부지사는 30년 동안 행정자치부와 청와대, 대전시에서 근무했다. 고향에 부임한 것은 지난해 2월. 온화한 성품에 업무처리도 합리적이어서 평이 좋았다. 정치 편향성 시비도 없었다.
그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명직의) 한계를 전제로 도정 공백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공직 기강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간담회에서 제공하겠다던 홍 전 지사의 사퇴서(전자문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실무자들이 비공개 정보가 들어 있다는 애매한 이유를 댔다고 한다. ‘전직 지사의 그림자’가 벌써부터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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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지사 사퇴 처리의 적법성 시비도 남은 과제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은 12일 류 부지사를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홍 전 지사 사퇴 통보를 게을리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권한대행 체제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기 경상대 명예교수(행정학)는 “급변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 유치와 경제활성화 시책 추진, 예산 확보 경쟁, 인근 지자체와의 현안 주도권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2012년 김두관 지사가 사퇴한 뒤 5개월간 도지사 권한을 대행한 임채호 전 행정부지사(60·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는 이를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차이’로 표현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현실적, 심리적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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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이 “천하가 태평한 요순(堯舜)시대보다 류순현과 근무한 ‘류순시대’가 더 좋았다”고 칭찬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 지혜와 저력을 충분히 발휘해 주변의 우려를 기우(杞憂)로 바꿔 놓기를 기대한다. 떠나는 그날까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