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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당기자” “놔두자” 또 도마오른 식목일

입력 | 2017-04-05 03:00:00

더워진 4월 5일… 날짜 변경 논란




식목일 전날인 4일 서울의 낮 기온은 초여름 수준인 20도까지 올랐다. 게다가 식목일 기온은 매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주장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잖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식목일의 최근 10년(2007∼2016년) 평균 기온은 식목일이 제정된 1940년대보다 1.5∼3.9도 올랐다. 특히 서울의 최근 10년간 평균 기온이 10.2도로 1940년대보다 2.3도 상승했다. 이는 식목일을 만들 당시 제주도의 평균 기온과 비슷한 수준이다.

식목일 행사를 앞당기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전국 17개 시도 중 11곳이 식목일 이전에 식목행사를 마쳤다. 식목일 당일에 행사를 하는 곳은 충남 경남 전남 전북 대전 세종 등 6곳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전문가가 적잖다. 이들은 기온이 오르면 나무의 생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용득 자연보호중앙연맹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린 식목일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기온이 높아지면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어려워져 고사할 가능성이 크고, 어린 나무에서 싹이 빨리 트면서 뿌리로 가야 할 영양분이 줄기로 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식목일은 상징적인 날짜이며 지역별로 필요한 시기에 나무를 심으면 된다”면서 식목일 변경에 부정적이다. 산림청은 또 최근 5년간(2012∼2016년) 조성된 산림에서 식목일 이전에 심은 면적이 전체의 29.3%에 불과하다는 점도 반대의 근거로 제시한다. 식목일 이후에 심는 나무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통일을 염두에 두고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쪽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날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북한의 식목일인 ‘식수절’은 3월 2일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식목일의 역사가 신라시대까지 올라갈 정도로 뜻깊다는 점도 식목일 유지론에 힘을 실어준다. 식목일이 제정된 것은 1946년이지만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수한 문무왕 17년 2월 25일을 양력으로 계산하면 4월 5일이다. 조선 성종이 재위 24년 3월 10일에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하늘에 직접 제사를 지내고 밭을 간 날도 양력으로 계산하면 같은 날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삼국통일이나 밭 갈기가 나무 심기와는 큰 관련이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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