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의 제면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한 시점은 1982년 컵라면인 ‘육개장 사발면’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컵라면은 봉지 면과 달리 뜨거운 물로 3∼4분 내에 면발이 살아나야 하지만 당시 국내 업계엔 이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었다. 농심은 해외 논문과 관련 문헌 서적을 연구한 끝에 면발 복원의 열쇠가 특수 전분에 있음을 알아냈다. 반복적인 실험 끝에 최적의 혼합 비율을 찾아냈다.
1982년 나온 ‘너구리’ 역시 기존 라면과는 형태나 맛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 개발에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로는 굵은 2.1mm 면발을 만족스럽게 성형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완성된 후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난제에 부닥쳤다. 끓는 물에서 4∼5분 내에 먹기 알맞은 상태가 돼야 상품성이 있는데 너구리 면은 10분이 넘게 끓여도 잘 익지 않았다. 막상 익은 후에는 너무 풀어져서 면발에 힘이 없었다. 내부에서 포기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농심 연구원들은 지난한 노력 끝에 너구리를 출시했고 시장에서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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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 업계 1위 기업인 농심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자체 제면 기술을 개발해 신제품들을 성공시켜 왔다. 농심 제공
최근 시장을 이끌었던 ‘굵은 면발’ 라면 트렌드에서도 농심은 앞서가고 있다. 2015년 나온 ‘짜왕’은 농심 최초로 면에 다시마를 넣어 생면에 가까운 식감을 구현한 굵은 면 제품이다. 다시마는 천연 조미료로 많이 쓰이는 물질로, 다시마가 가진 지미 성분이 라면의 감칠맛을 한층 높여준다. 다시마의 알긴산 성분은 면의 탄성을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 같은 해 나온 ‘맛짬뽕’은 국내 최초로 3mm 두께의 굴곡면이 적용됐다. 면발에 세로로 길게 홈이 파여 있어 면발 사이사이에 국물이 흐르는 길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