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런 국민적 분노가 있으니 국민투표로 사교육을 철폐하겠다는 공약이 나오고 구체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이래서 사교육이 문제’라는 식의 보도가 줄을 잇는다. 대선 주자 몇 명의 공약과 사교육을 매섭게 비판하는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며칠 내에 사교육 시장이 결딴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한 사교육업체 임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말이 그렇지 달라질 게 없으니까 항의할 필요 없어요. 공교육 정상화가 목표면 학교에서 잘 가르치면 되잖아요. 근데 왜 사교육만 문제라고 욕하는 거죠?”
학원 강사는 잘 가르쳐야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폐강돼 쫓겨난다. 그러니 학생이 알아듣기 쉽고 필요한 대목을 콕 집어 가르친다. 냉혹한 평가를 거치지만 거액의 몸값이라는 분명한 당근이 주어지니 학원은 그야말로 효율적으로 잘 돌아간다.
학교는 어떤가. 잘 가르치는 교사를 선발하려다간 ‘공교육에 경쟁의 피바람을 불러 온다’며 집단으로 반발하기 십상이다. 하루를 좀더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등교 시간과 하교 시간을 20분씩 당기자는 한 고등학교 교장의 제안에 삭발로 맞선 교사도 봤다. 우수한 학생이 교대에 지원해 들어가 치열한 경쟁 끝에 임용고시에 붙어 영광스러운 교육자의 타이틀을 얻은 뒤에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다. 학교가 학원보다 잘 가르치고,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학생이 혼자 또는 그룹으로 해내야 하는 적절한 분량의 숙제가 주어지면 학원에 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갈 새가 없게 된다.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교사의 질 향상은 외면하고 학원만 두드린다고 공교육이 살아날 수 있을까. 이런 엉뚱한 처방이 지속되는 한 학교 교육의 질적 저하는 막을 길 없고 번성하는 사교육 시장에 학부모 학생의 비명이 멎을 리 없다. 책 한 권만 배워도 충분한 내용을 반드시 10권을 배워야 한다고 속여 과열을 부추기는 얄팍한 상술의 사교육이나, 학부모에게 공포심을 심어줘 습관성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사교육은 반드시 도려내야 한다. 학원의 이런 문제점은 이에 맞는 메스를 들이대 정교하게 도려내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학원을 문 닫게 한다고 저절로 학교가 좋아지지 않는다.
교사는 경쟁하면 안 되는 존재인가. 아이들 잘 가르치려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평가해 기준에 미달하면 퇴출시키는 방안이 도입되지 않고서는 이 나라 공교육에 미래는 없다. 반발이 두렵다고 분명한 환부는 놔두고 엉뚱한 곳에 메스를 들이대는 처방은 그만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