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를 위한 ‘기록단축 팁’
러닝 동호회 ‘크루고스트’ 회원들이 화창한 봄을 맞이해 서울 광화문에서 러닝을 즐기고 있다. 달리기는 별다른 준비물 없이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남녀노소가 즐기는 운동 중 하나다. 크루고스트 제공
○ 기록 높이는 ‘달리기 방정식’
인간이 달릴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이론적’ 한계 속도는 시속 65km.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시속 38km)조차 한계치의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매슈 번들 미국 와이오밍대 교수팀이 2010년 학술지 ‘응용생리학’에 발표한 내용으로, 사람의 다리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의 생물학적 한계를 계산한 속도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한 다리로만 껑충껑충 뛰며 최대 속도로 달리면 두 다리를 사용할 때보다 근육이 30% 더 많은 힘을 낸다는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기술을 모방하면 된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달리기 우승자인 미국의 저스틴 개틀린은 초반 10m를 0.88초에 달린 반면, 후반 10m 이동에는 1.87초나 썼다. 대부분의 선수는 초반 70%를 전력질주하며 모든 힘을 쏟고 남은 30%는 천천히 달리는 전략을 쓴다.
여기엔 산소를 태워 만든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수학적 전략이 담겼다. 아망딘 아프탈리옹 프랑스 베르사유대 교수팀은 유산소 운동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VO2max·단위시간당 섭취할 수 있는 산소량)을 고려해 주어진 거리를 가장 빨리 뛸 수 있게 돕는 ‘달리기 방정식’을 학술지 ‘응용수학’에 2014년 발표했다.
아프탈리옹 교수는 “단거리 달리기는 초반 러시가, 1500m 이상 장거리는 처음과 끝은 빠르게 가고 중간엔 속도를 살짝 늦춰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것이 좋다”며 “최대 속도 기준 10% 이내로 변화를 주며 달리면 기록 단축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험생물학저널’ 1월 31일자에는 선수의 근력을 바탕으로 실제 기록을 예측하는 달리기 방정식이 등장했다. 글랜 사이먼스 미 남부감리교대(SMU) 교수팀은 땅을 미는 다리의 세기와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라는 두 가지 변수만으로 1000분의 1초 이내 오차로 프로선수들의 기록을 예측했다. 땅을 칠 때 발목이 빨리 움직이고,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공중에 오래 떠 있을수록 기록이 좋아진다.
○ 마라톤 2시간 벽 깰 수 있다
주어진 능력 내에서 기록을 단축하는 ‘치트 키’도 물론 있다. 가벼운 신발을 신고, 앞 주자 뒤에 가까이 붙어 뛰는 것이다. 이 전략을 쓰면 마라톤 기록을 3%가량 단축할 수 있다. 미 연구진은 마라톤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의 기록을 토대로 세운 단축 전략을 ‘스포츠의학 저널’ 6일자에 공개했다. 그의 기록은 2시간2분57초다.
현재 무게 230g의 운동화를 신는 키메토가 이보다 100g 가벼운 운동화를 신는다면 기록은 57초 단축된다. 초반 절반 정도 거리를 앞 주자 뒤에서 달리며 공기저항을 36%만 줄여도 운동능력이 2.7% 향상돼 3분 1초를 더 단축할 수 있다. 우터 후그마커 미 콜로라도볼더대 교수는 “이렇게 되면 키메토의 기록은 1시간59분56초로 단축돼 최초로 2시간 안에 42.195km를 완주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