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걸작 뮤지컬 ‘더 데빌’에서 악마와 계약해 성공을 쟁취한 존 파우스트 역을 맡은 송용진이 사랑하는 연인 그레첸(이하나 분)을 끌어안고 노래하는 장면. 사진제공 ㅣ 페이지원·알앤디웍스
■ 뮤지컬 ‘더 데빌’ 파우스트역 송 용 진
역대급 음악 록 오페라같은 ‘더 데빌’
파우스트 역할 위해 샐러드 다이어트
3D 전문배우? 힘들수록 더 빛이 나죠
뮤지컬배우 송용진(41)과의 인터뷰는 스포츠동아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 방송을 겸해 이뤄졌다. 개인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인 ‘미드나잇 라디오’를 직접 진행하고 있기도 한 송용진은 스포츠동아와의 페이스북 라이브 인터뷰 요청에 ‘숨 한 번 안 쉬고’ OK 사인을 내줬다.
송용진은 요즘 악마와 계약서를 주고받은 남자, 존 파우스트로 무대에 서고 있다. 한국 뮤지컬사상 가장 기괴하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신박한’ 작품으로 불리는 ‘더 데빌(The Devil)’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의 전도유망한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가 그의 ‘옷’이다. 2월14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개막했다.
● “‘더 데빌’음악은 역대급, 다시 공연되었으면”
송용진이 텀블러 뚜껑을 열더니 홀짝홀짝 마셨다. 직접 내린 드립커피라고 했다. 아침마다 커피 내리는 재미에 폭 빠져있단다.
송용진은 배우이기 전, 원래 록커였다. 지금도 그는 배우와 록 뮤지션이라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물었다. “배우입니까, 록커입니까”.
“예전에는 록커에 더 가깝다고 했죠. 그런데 이젠 둘 다 20년 가까이 했으니 뭐. 요즘엔 종합예체능인이라고 하고 다녀요(웃음).”
송용진은 체육인이기도 하다. 축구동호인 팀인 라온축구단의 수비형 미드필더(최근엔 공격수로 전환)로 오래 뛰어 왔다. 근년에는 복싱에 푹 빠져 있다. 생활체육 복싱대회에서 챔피언까지 먹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프로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 가보면 퉁퉁한 사람 많더라”는 볼멘소리가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지엄하신 연출님의 말씀에 즉각 다이어트 돌입. 결국 총 6kg을 감량했다. 송용진은 “지금 체중은 복싱 시합 나갈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송용진은 공연계에서 힘든 배역을 많이 맡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가 해 온 배역들은 연기도 노래도 다 힘들었다. 무대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여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역할도 적지 않았다. 송용진은 “남들이 3D 전문배우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런데 힘이 들지만 빛은 덜 난다는 거. 배우들 말로 속칭 따먹는 역할이 아니니까. ‘더 데빌’의 X나 ‘마마돈크라이’의 백작이 그런 역할이다. 우리(배우들) 말로 다른 배역들이 ‘니주’를 깔아놓으면 스윽 멋있게 등장하는 역할. 하지만 난 3D 배역이 좋다. 믿고 맡겨주시는 게 감사할 뿐이다.”
‘더 데빌’은 이번에 재연되면서 많은 부분에 수정이 가해졌다. ‘괴작’으로까지 불렸던 초연 때보다 말랑말랑해졌다고 해야 할까.
송용진은 ‘더 데빌’의 음악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바짝 세웠다. 한 마디로 한국뮤지컬사를 통틀어 역대급 음악이라고 했다. “‘더 데빌’은 뮤지컬이 아니라 록오페라라고 봐야 한다”며 “이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아 꼭 또다시 공연되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더 데빌’은 뮤지컬 초심자보다는 어느 정도 뮤지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춘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송용진의 관람 팁 하나. 극 중 파우스트는 몇 번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노래와 연기를 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모습, 같은 감정일 때가 없다. 송용진은 “파우스트의 모든 드라마는 계단에 있다”고 했다. 좋은 팁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