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서학대’ 판단한 강남 어린이집 사건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 당시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화면. 피해자 이모 군이 교사에게 팔을 잡힌 채 넘어지는 장면(위쪽 사진)과 몸통 부분이 밀려 머리부터 뒤로 넘어가는 장면 등이 포착됐다. CCTV 영상 캡처
○ 경찰, “아동학대 맞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어린이집 교실 내부를 찍은 폐쇄회로(CC)TV 기록을 통해 이 군이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영상에는 소파에 있던 이 군이 교사에게 붙잡혀 밀려 넘어지는 모습, 이 군을 구석으로 데려가 테이블로 막고 훈계하는 교사의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같은 반 어린이 모두가 떡을 받았는데 이 군 혼자만 받지 못해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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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경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련 특례법 위반 혐의로 당시 어린이집 교사였던 김모 씨(25·여)와 조모 씨(28·여)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26일간 47차례에 걸쳐 이 군을 학대한 것으로 보고 같은 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 검찰, “사회통념상 한계 넘지 않아”
하지만 검찰 수사에서 경찰의 판단이 뒤집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으로 지난달 중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두 교사가 이 군을 넘어뜨리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은 맞지만 보육 또는 훈육의 일환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봤다. 정서학대도 사회 통념상 한계를 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아동학대사건관리회의를 열어 사건 내용을 모두 확인했고, 정서학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얻었다”며 “다른 의도가 있다거나 수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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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계기로 모호한 아동학대 판정 기준과 CCTV 설치 기준 강화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아동학대 전문 검사와 판사를 양성하는 등 관련 사건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 척도도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