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전 장관은 이임식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못 하고 떠나는 게 이별”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장차관 같은 고위 공직자들은 처음에 마음먹은 대로 일을 마무리 짓고 떠나기가 쉽지 않다. 미련이 없을 수 없다. 이임사에서 그 일단(一端)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저 성실하고 괜찮았던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감사하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남긴 이임사 한 대목이다. 김 전 총리의 담백한 작별사는 원망도, 주문도 없어 역설적으로 더 울림이 있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4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은은하지만 단단한 사람이, 화려하지 않아도 꽉 찬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에 이렇게 멋진 은퇴사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먹고 싶은 것도, 놀고 싶은 것도 이 악물고 참아가며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였던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는 생각이 든다. 성숙함은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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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