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국들, 파격적 혜택 주며 기업유치 나서는데 한국은 반대로 기업들 해외 내몰아 파이 키우기 외면한채 남의 몫 뺏어 배불리는 지대추구 사고 벗어야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작년 말 출간한 정병석 교수의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에서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경제 제도, 그리고 당시 일본을 방문한 조선 통신사들의 행적에서 교훈을 찾았다.
1866년 조선에 도착한 독일 무역상 에른스트 오페르트는 2년 동안 세 번이나 서해안을 답사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가 보기에 조선은 대륙에 면해 유리한 지리적 여건, 온화한 날씨, 비옥한 토지 등 잘살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백성이 가난한 결정적 이유가 정부의 억압적이고 폐쇄적인 정치 체제에 있다고 판단했다. 같은 시기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청나라 엘리트 관료 마건충도 조선이 옛것에 얽매였기 때문에 국가가 약해지고 재물이 부족한 것이며, 상업의 침체는 정부의 정치적 무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광고 로드중
당시 조선의 제도는 상공업이 억제돼 자본이 축적될 기회가 적었다. 관리와 양반 계층의 착취와 견제로 부를 축적했다고 소문이 날 경우, 자칫하면 재산을 빼앗길 위험이 있다는 인식이 있어 백성들은 모험을 무릅쓰고 재산을 축적할 동기가 없었다. 불행하게도 경제 관념이 없었던 조선의 지배계층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파이를 키우는 노력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아 자신의 몫을 늘리는 착취적인 지대추구(地代追求) 행위만 일삼았던 것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투자한 금액의 일부라도 구미로 왔으면 좋겠다.” 작년 말 청문회에서 모 국회의원이 던진 말이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구미 산업단지는 2016년 전년 대비 수출 감소 19%, 2100여 개 업체의 가동률은 80%에 불과하다. 과거의 활기와 역동성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 10개국에 34개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이고 굴지의 국내 대기업들이 안방을 외면하고 해외에 살림을 차리는 현상이 그간 개방화, 현지화 조류에서 우리만의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버락 오바마 정부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리메이킹 아메리카’ 슬로건은 스마트 매뉴팩추어링 기술 발전과 더불어 세계 각국에 흩어졌던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 즉 리쇼어링(Reshoring)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설비투자 세제 혜택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해외 공장 이전 비용도 최대 20%까지 지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세제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할 방침임을 예고했다. 제조업 살리기 정책이 시작된 이후 유턴을 결정한 대기업이 100곳이 넘는다.
작년 11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30%인 법인세율을 2020년까지 17% 이하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발표했다.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되는 규제는 대폭 풀고 포용적 경제 정책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려는 경쟁은 독일, 중국,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광고 로드중
지금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정치권, 대기업 노조, 법조계, 언론계 및 교육계 등에 만연한 ‘지대추구적 사고’를 바로잡는 일이다. 반(反)기업 정서, 과다한 규제, 경직적인 노동시장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인재도 기업도 다 떠날 것이다. 조국 해방과 함께 빼앗긴 들에도 봄이 왔듯이, 해외로 나갔던 우리 기업들도 리쇼어링의 봄을 맞게 해보자.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