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지난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이 드러난 뒤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는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아직 정부가 추진하는 개선책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저학력제를 의무화하고 대학입시에 내신성적을 반영하는 등 선수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더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육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선수는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1972년 만든 체육특기자 제도 탓이다. 이 제도에 따라 선수는 학과 성적에 상관없이 경기 실적만으로 대학에 갔다. 엘리트 선수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각종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 대한민국이란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자 한 제도였다. 이 제도는 한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경기력만 키우면 된다는 인식에 지도자들의 폭력이 묵인됐다. 경기 실적 조작과 입시 부정도 만연했다. ‘운동기계’를 양산해 중도에 운동을 그만둔 선수들 대다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세계를 제패한 스타 선수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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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행정가와 지도자, 선수 및 학부모,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까지 잘못 뿌리 내린 체육특기자 제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을 공부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다만 발상의 전환은 필요하다.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선수가 되겠다고 작심한 고등학교 이상 학생들에게 속칭 ‘국영수’ 위주의 수업은 의미가 없다. ‘체육창직(체육을 통한 직업 창출)’을 연구하고 있는 오정훈 서울체중 교감은 “체육도 공부의 한 영역이다.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둬도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특화된 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에게 ‘스포츠 영어’와 ‘스포츠 과학’ 등 체육 분야에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교육을 하면 어떨까. 그리고 대학입시에 이 성적을 반영하면 선수를 자연스럽게 스포츠 전문가로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드러난 문제점만 해결하려는 방식은 오래 못 간다. 45년간 바뀌지 않은 이유다.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