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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떴다 항공기 투자… 年3∼13% 기대수익률에 2조5000억 몰려

입력 | 2017-02-22 03:00:00

기관투자가들, 포트폴리오 다양화… 국내서 첫 ‘항공기 금융 콘퍼런스’




“항공기가 팔리지 않으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항공기 엔진만 해도 꽤 비쌉니다. 매각이 불발되면 부품을 해체해 매각할 수도 있으니 투자금을 회수할 확률이 높습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항공기 금융 콘퍼런스’ 행사장. KTB투자증권 주최로 20일부터 사흘간 열리고 있는 이 콘퍼런스에 이날에만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 700명이 몰려들었다.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에서 나온 대체투자 담당자들은 항공기 금융 시장 전망과 수익률 등을 메모하며 시장 동향 파악에 나섰다. ‘코리안 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세계에서 날아온 항공기 리스회사 브로커들은 부스를 열고 항공기와 금융상품 구조를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이 콘퍼런스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항공기 투자 및 금융 관련 행사다. 그동안 홍콩,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에서 열리다가 최근 ‘서울행’을 택했다. 최근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항공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항공기 금융은 비행기 구매를 원하는 항공사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방식을 말한다. 투자자는 항공사가 보유한 비행기 지분을 직접 사들이거나, 항공기 리스회사가 보유한 항공기 또는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한다.

국내에서 2007년경 항공기 투자 상품이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14년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졌다. 대체투자 금액이 커지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부동산에 이어 항공기 투자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중국인 등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실어 나를 항공기 제작사는 제한적이어서 항공기 투자가 유망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9061억 원 규모다. 여기에다 통계로 잡히지 않은 기관투자 상품, 은행의 항공기 투자 대출 등을 합치면 약 2조5000억 원이 항공기 시장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싱가포르항공이 보유한 A330-300 항공기에 투자하기 위해 8560만 달러(약 954억 원)를 끌어 모았다. 예상 수익률은 연 3∼6%로 제시됐다. 11월에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일본 미즈호증권과 공동으로 7∼13%의 기대수익률을 제시하며 총 1조 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은 “한국이 세계 항공기 금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항공기 금융사 보잉캐피털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 운항 중인 항공기(2만2510대)는 2035년에 4만524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도입 또는 노후 기종 대체가 예상되는 항공기만 3만9620대에 이른다. 크리스토퍼 박 보잉캐피털 이사는 “향후 20년간 항공 승객은 연평균 4.0%, 여객 수송률은 4.8%, 화물 수송률은 4.2%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성장 전망치(2.9%)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항공기 금융 상품이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낮고, 투자 대상도 신용등급이 높은 항공사로 제한돼 있어 투자 가치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투자 조건이 나빠지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에서 항공기 투자가 인기를 끌지 못하니 한국까지 자금을 유치하러 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