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 3-0 완승 작년 사상 첫 승리 후 2연승 행진 삿포로 아시아경기서 우승하고 세계 16강 겨루는 ‘톱리그’ 목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박진규(상무·21번)가 11일 일본과의 경기에서 상대 골문을 향해 퍽을 몰고있다. 한국은 이날 일본을 3-0으로 완파하며 이달 열리는 삿포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향한 기대를 밝혔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1996년 실업팀 안양 한라 직원이었던 양승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올림픽준비기획단장은 일본 팀 오지제지에 상호 교류를 요청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일본이 보기에 한국은 걸음마를 갓 뗀 어린아이와 같았다. 첫 한일전인 199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0-25로 졌다. 이후 한국은 거의 매 경기 5점 차 이상으로 대패했다. 하지만 한국은 더 이상 일본의 ‘동네북’이 아니다. 어느덧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1일 고양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일본을 3-0으로 꺾었다. 에릭 리건(안양 한라), 마이클 스위프트(하이원), 김원준이 골 맛을 봤고, 수문장 맷 달튼(이상 안양 한라)은 무실점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 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처음 일본을 3-0으로 이긴 뒤 2연승이다. 역대 일본전 상대 전적은 2승 1무 19패가 됐다. 한국의 세계 랭킹은 12일 현재 23위로 일본(21위)에 두 계단 차로 따라붙었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삿포로 아시아경기 금메달과 세계 상위 16개국만 출전할 수 있는 월드챔피언십(톱 리그) 진출이다.
역대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이 최고 성적인 한국은 일본과 카자흐스탄(16위)을 넘어 첫 우승에 도전한다. 양 단장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한 번, 한국에서 한 번 일본을 이겼다. 적지라 할 수 있는 삿포로에서 일본을 이겨야 진정한 극일(克日)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간 11번 싸워 11번 모두 졌던 카자흐스탄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국 대표팀은 4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디비전1그룹A(2부 리그)에 출전한다. 우크라이나, 헝가리, 폴란드, 오스트리아, 카자흐스탄 등 6개국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2위 안에 들면 꿈의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이 지금까지 달려온 길이 이미 기적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