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전매제한 강화 추진
부산의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주상복합 아파트 전경.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6.15%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0.76%)을 크게 웃돌았다. 동아일보DB
○ 비켜간 규제에 나타난 ‘풍선 효과’
이에 따라 이들 지역엔 수도권에서 온 원정 투자자까지 가세해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해운대구 아파트 매입자 중 서울 거주자의 비율은 4.2%로 같은 해 1월(2.0%)보다 갑절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해운대구 등 인기 주거지의 시장 분위기는 활황기 서울 강남권을 방불케 한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해운대구 우동의 P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1·3대책으로 서울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18개월 이상으로 길어져 규제에서 벗어난 부산이 풍선 효과를 봤다”고 귀띔했다.
○ “분양시장발(發) 투자 열기 꺾일 것”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규제 카드를 만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3대책 당시에도 부산의 전매 제한을 18개월 이상으로 늘리려 했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5년 이내 청약 당첨자의 1순위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 등만 우선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 12월 수준의 급등세가 되살아나면 규제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전매 제한 조치가 강력한 카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후 집값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에 영향을 받았다. 새 아파트가 주변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되면 이 분양가에 맞춰 기존 아파트 매매가가 올라가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계약금만 내고 분양권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는 ‘단타 투자자’들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전매 제한이 강화되면 아파트 완공 이전까지 분양권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새 아파트 고분양가→기존 아파트 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깨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산, 제주의 경우 서울 수준의 전매 제한이 적용되면 집값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수준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탄핵 정국으로 정치권 분위기가 뒤숭숭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대선을 눈앞에 두고 국회가 굵직한 경제 법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규제는 집값과 직결돼 지방 표심을 자극할 여지가 크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특정 지역을 겨냥한 규제로 읽힐 가능성이 있어 여야 모두 조심스럽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