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업체 “직원들 생계 막막”… 정부와 피해액 보상 1년째 갈등 北은 생산제품 밀반출 움직임 통일부 “북핵 해결 진전 없으면 재가동,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
지난해 2월 11일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압박 조치로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입주기업 차량들이 짐을 실은 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 파주=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운규 화인레나운 대표(65)는 개성공단에서 북측 근로자 724명과 남측 주재원 17명을 두고 의류가공업체를 운영하며 재작년 연매출 87억 원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에는 대체 생산 공장이 없는 상태로 1년을 허송세월했다. 김 대표는 “베트남 현지 답사를 4차례나 갔지만 인건비가 낮고 물류 조건이 맞는 곳은 이미 다른 기업들이 선점해 마땅한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北, 개성공단 자산 밀반출 정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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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7일 통일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밥솥 등 일부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려고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측 관계자들이 중국 현지에서 밥솥 완제품의 사진을 보여주며 거래를 시도했고, 중국 측에서 불법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그간 북측이 남측 기업들의 자산을 청산하지 않은 것을 개성공단 재개 의지로 해석하며 희망의 끈을 잡고 있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까지 북측의 큰 움직임이나 반출을 의심할 만한 차량 이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밥솥을 생산한 기업은 “중국 현지에서 그런 얘기가 들려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해당 기업은 개성공단에서만 한 달에 8만∼10만 개의 전기밥솥을 생산했고 개성공단 폐쇄 당시 상당량을 현지에 두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 고작 3분의 1 보상 vs 충분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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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의류업체 D사 최모 대표는 “피해액은 28억 원인데 보상금은 9억 원에 그쳤다. 베트남에서 공장을 임차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지만 협력업체에 제때 대금을 못 주고 있을 정도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불만에 대해 정부는 “2015년 개성공단 기업들이 낸 보험료는 14억 원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3000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해 최대로 지원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 당국자는 “피해 보상에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100% 지원은 보험 제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개성공단 비대위가 “입주 기업 과반의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한 주장에 대해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 전인 2015년 매출액의 79%를 회복했다”고 반박한 것도 양측의 큰 입장 차를 보여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상당수 대선 주자가 개성공단 재가동에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 재가동이 되려면 난관이 많다.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기 위해서는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개성공단 임금 사용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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