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는 ‘관제 금융상품’
○ 증권·보험 이어 은행서도 가입자 순감
최근 저금리와 ‘박스피’(주가가 일정 구간에서만 오르내림) 장세로 수익률이 부진해지면서 이탈이 늘었다. ISA 일임형 상품 출시 이후 누적 수익률 평균은 1.46%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누적 수익률이 1%를 넘은 상품은 전체 201개 중 108개(54%)에 그쳤다. 이 중 수익률이 9.63%인 상품(HMC투자증권 고수익추구형 A1)도 있지만 수익률이 ―2.88%(메리츠 ISA 중립형B)로 출시 이후 내내 원금을 까먹은 상품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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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경기 침체로 보험과 적금까지 깨는 마당에 5년간 자금을 묶어놓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또 근로소득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사업소득금액증명원 등 소득증빙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등 가입 절차가 복잡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는 올해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세제 혜택을 늘린 ‘ISA 시즌2’를 내놓을 계획이다.
○ 긴 가입 기간, 적은 혜택에 외면받는 관제상품
세제 혜택은 세제당국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 보니 파격적인 혜택이 나오기도 어렵다. 또 정책 초점이 ‘서민’에게 맞춰져 가입, 혜택 대상도 한정됐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상품 출시 직후 정부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영업의 고삐를 당기는 초기에만 붐이 일다가 바람이 빠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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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펀드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불확실한 환경에서 5년간 유지해야 하고, 조기 해지하면 납입액의 6.6%를 토해내야 하는 조건 때문에 시장에서 오래 환영받지 못했다.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도 8.04%로 연 2∼3% 수준이며 소득공제 한도도 240만 원에 그쳤다.
ISA가 기존 관제상품의 전철을 밟지 않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파격적으로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ISA가 중장년층의 노후대책이 될 수 있도록 가입대상과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가입기간별로 세제 혜택을 달리하는 등 장기상품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