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의상상 후보 ‘라라랜드’ 의상 디자이너 메리 조프레스
아카데미상 의상상 후보로 오른 디자이너 메리 조프레스(왼쪽 사진). 그는 “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할 작품을 정할 때 감독이 누구이고 내가 좋아하는 감독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 사진은 주연 배우인 에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탭댄스. 판씨네마 제공
할리우드 시상식을 앞두고 연초부터 ‘라라랜드’의 독주다. 영화에서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건 화려하면서도 고전적인 매력이 풍기는 의상들이다. ‘라라랜드’의 의상을 담당한 디자이너 메리 조프레스(53·여)를 5일 이메일 인터뷰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터스텔라’ 등에서 까다로운 할리우드 거장 감독들과 함께 작업해 온 ‘명스태프’로 알려진 그는 제89회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로 올라 있다.
그는 이어 “영화에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전 미아가 높은 구두를 단화로 갈아 신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모습을 안무로 넣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스태프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해 줬다”고 전했다.
‘의상은 시나리오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게 철칙이라는 디자이너답게 의상으로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드러내려 했다. “영화 초반엔 밝던 미아의 옷 색깔이 배우 경력에 집중하면서 어두워지죠. 눈치채셨나요? 미아의 옷 색깔은 천문대 신과 둘이 데이트하는 장면에서 최고조에 달한 뒤, 두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희미해지기 시작하거든요. 급기야 미아가 연극을 하는 시점엔 오로지 블랙과 화이트만 남습니다.”
아카데미상 의상상 부문 후보로 오른 것에 대해선 “후보에 올라 기쁘지만 수상은 크게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도 라라랜드를 사랑해줘 그 일부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정이 너무 촉박했고, 한정된 예산 내에서 50여 벌의 의상을 주문 제작하느라 부담감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라라랜드’가 319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는 사실을 전하자 “한국에서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다니 너무 행복하다. 난생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고 놀라움을 전하기도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