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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자화상 찍는 스튜디오를 아시나요?

입력 | 2017-02-06 18:30:00


#.1
자화상 찍는 스튜디오를 아시나요?

#.2
서울 종로구 계동의 ‘물나무 사진관’
이 곳의 목요일은 특별합니다.

이날은 김현식 대표(47·사진사)가
손님들에게 카메라를 맡깁니다.

#.3
“손님이 직접 자신의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으로 자화상을 그리는 것이죠.”

그는 2015년부터
고객이 자신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담는
‘자화상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4
사진사는 카메라를 남에게 쉽게 내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카메라를 선뜻 고객에게 내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5
“사진을 찍을수록 사진의 본질에 대해 고민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지금을 있는 그대로 찍은 뒤 인화해
찍은 사람과 함께 나이 먹어가도록 만든 ‘물질’이 사진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6
색이 바래지 않는 디지털 사진엔
시간의 켜가 쌓이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사진에 담긴 ‘현재’를 떠올리기 위해선
‘시간의 손때’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7
이것이 그가 수작업으로 인화하는
흑백 은염사진(감광재료로 은을 사용한 사진)만을 찍는 이유이고
자화상프로그램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8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진짜 모습을 사진으로 갖고 있지 않아요.
사진 찍어주는 사람 앞에서 억지로 웃거나 포즈를 취하며 부자연스러워집니다.
게다가 찍은 사진은 예쁘게 만들기 위해 보정하죠.
당장은 세련되고 예뻐 보일 수 있지만
10년 뒤 그 사진을 보며 당시의 진짜 내 모습을 떠올리긴 쉽지 않죠.
정제되지 않은 인물 사진을 찍고 싶었습니다.”

#.9
그는 우선 사진사인 자신부터 스튜디오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그는 고객에게 누구의 아들과 딸
어떤 직업인이 아닌 스스로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모든 관계를 벗어던진 나 자신을 알고 있는지 질문한 뒤
카메라를 세팅하고 사진사는 스튜디오를 떠나죠.

#.10
이후의 시간은 고객의 몫입니다.
스튜디오에 놓인 거울을 보며 10분이든 15분이든
혼자 사진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려야 하죠.
스튜디오의 앰프로 본인이 원하는 음악을 들어도 됩니다.

#.11
내가 누구인지 확신이 생기면
스스로 원격 셔터를 눌러
자신의 사진을 찍습니다.

2년간 약 80명이 카메라 앞에 서서 홀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12
김 대표는 서울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뒤
패션지와 여성지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며
사진만 30년 가까이 찍었습니다.

#.13
자화상 프로젝트는
그의 30년간의 고민이 만들어낸
또 다른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14
“사진은 기록입니다.
겉모습뿐 아니라 사진을 찍었던 환경, 분위기, 기억이 모두 담기죠.
이 스튜디오에서 찍은 자화상엔 진짜 나에 대해 홀로 고민한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꼭 사진관이 아니더라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조금 안 예쁘게 나와도 괜찮아요.
몇 년 뒤 진짜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은 이 한 장뿐일 테니까요.”
-김현식 대표

원본: 송충현 기자
기획·제작: 김재형 기자·이고은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