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핫 스탬핑’ 생산현장 르포
현대제철 예산공장에서 현대자동차 신형 i30에 쓰이는 차체 측면 보강재가 핫 스탬핑 공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김도형 현대제철 자동차부품기술팀 차장은 “제대로 된 온도까지 가열된 뒤 공정이 이뤄지는지를 열 영상 감지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예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철강 제품을 뜨겁게 눌러 가공한다는 뜻의 핫 스탬핑(Hot Stamping) 공정이 진행되는 실제 모습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성형(成形)까지 끝낸 강판은 강도가 2.5배 이상 높아진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마다 사용량을 늘렸다고 내세우는 초고장력(超高張力) 강판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강도를 자랑한다.
○ 가장 단단한 쇠 만드는 현대판 담금질
이렇게 쓰임새가 늘고 있는 초고장력 강판 생산과 연구 현장에서는 ‘가볍고 단단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열기가 뜨겁게 느껴졌다.
지난달 23일 현대제철 예산공장의 17개 라인에서는 핫 스탬핑 기계가 쉴 새 없이 뜨거운 강판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 현대제철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 공장과 울산공장 등에서 핫 스탬핑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량이 국내 최대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30kg/mm²급의 인장강도를 일반 강판으로, 60kg/mm²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분류한다. 60kg/mm²는 사방 두께 1mm의 가느다란 강판 가닥이 60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강도를 뜻한다. 핫 스탬핑 공정은 인장강도 60kg/mm² 수준의 강판을 150∼200kg/mm²까지 높여준다. 초고장력 강판의 최종판 혹은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다른 물질을 첨가한 것도 아닌데 강도가 높아질 수 있는 비밀은 쇠의 고유한 특성에 숨어있다. 이론적으로 쇠를 850도 전후로 가열하면 구조상 가장 무른 상태가 된다. 이를 급속도로 냉각시키면 가장 단단한 상태로 변한다. 강판 조직의 구조가 변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 고부가가치 車 강판… 새 강종 찾고 다른 소재 연구
단단한 강판은 결국 더 가볍고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강판과 고장력 강판으로 차량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엔 180kg/mm² 수준에 이르는 강판도 차량에 쓰인다. 최대 5배 이상 단단한 쇠로 차체를 만드는 셈이다.
이날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기술연구소에서 만난 민병열 부품개발지원팀 부장은 “미래 자동차의 핵심 개념인 고연료소비효율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철강 제품의 업그레이드”라고 설명했다. 가벼우면서도 더 단단한 차체 소재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높은 연비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44%까지 높여서 출시된 기아자동차의 올 뉴 모닝은 기존 모델에 비해 30∼40kg 경량화에 성공했다. 차량 중량이 10% 줄면 연비는 3%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강도 강판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최근 철강사들은 새로운 강종(鋼種)을 개발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AMP(Advanced Multi-Phase)강을 개발해 양산을 준비 중이다. 100kg/mm² 이상의 인장강도를 가진 철강 제품을 뜻하는 ‘기가스틸’을 앞세운 포스코는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강을 개발해 생산 중이다. 모두 일반강에 망간을 첨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도를 높이면서도 성형성을 확보했다.
예산·당진=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