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위터의 헤밍웨이 트럼프,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2
"대통령으로서 나랏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트럼프대학 소송' 건을 마무리 지었다. 대통령으로 당선돼서 유일하게 나쁜 점은 승소하는 데 필요한 많은 시간이 나한테 없다는 점이다. 너무 안 좋다."
(2016년 11월 19일 오전 8시 34·39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법원 출두를 미루며 이른바 '트럼프대학 사기 사건'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당선되자 태도를 180도 바꿔 2500만 달러(약 292억5000만 원)의 거액을 주고 피해 학생들과 전격 합의한 것입니다.
#4
그로부터 딱 9분 뒤인 오전 8시 48분.
트럼프의 트위터엔 성격이 전혀 다른 뉴스거리가 올라왔습니다.
"우리 훌륭한 미래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어젯밤 (뮤지컬) '해밀턴'의 배우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공연이 끝난 뒤 한 배우가 무대에서 객석에 있던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향해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정부가 돼 달라"고 호소한 일을 논란거리로 부각시킨 셈입니다.
#5
트럼프는 스스로 '140자(트위터)의 헤밍웨이'라 칭하는데요.
그는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불리한 이슈를
다른 논쟁적 이슈로 덮어 버리곤 하죠.
앞의 사례는 트럼프가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트위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다루는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6
트럼프는 여러 차례
"트위터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하곤 했지만
핵 확산, 하나의 중국 원칙 같은 민감한 외교 이슈부터
배우 메릴 스트립 등
자신을 공격한 사람들에 대한 감정적 험담 등을
여과 없이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7
미국 국민 10명 중 7명(69%)은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올리는 트위터가
의도치 않은 파장을 낳을 수 있다"며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는데요.
(18일 보도된 NBC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공동조사)
트럼프는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트위터를 좋아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부정직한 미디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이라고 대응했습니다.
트럼프는 트위터만 2000만 명,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까지
합치면 500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이런 위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죠.
#9
뉴욕타임스, CNN 등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의 현란한 '트위터 기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며
'트럼프의 트위터 표현 이해하기'란
기획기사까지 쓰고 있습니다.
#10
반면 중국 신화통신은
"트위터가 외교 정책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다.
외교는 아이들 장난이 아니다"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죠.
#11
언론학자들은 "트럼프의 트위터에
과민 반응하는 게 결국 트럼프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힘센
정치인인 미국 대통령이란 점 때문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12
"미국 등 전 세계 미디어가 트럼프의 도발적인
정작 트럼프가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심각한
결정을 내리는지는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심 돌리기' 전략에 번번이 당하고 있다"
- 트럼프 전기 작가 '데이비드 존스턴' -
원본 | 부형권 뉴욕 특파원
기획·제작 | 이유종 기자·김한솔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