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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번의 실수? 때문에…소라넷 이후 최대 음란사이트 ‘꿀밤’ 적발

입력 | 2017-01-17 17:32:00


국내 최대 불법 음란사이트인 '소라넷'이 사라진 자리를 새로운 음란사이트가 차지하고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트 운영자는 30대 현직 법무사. 그는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이용해 지능적으로 경찰 수사망을 피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법 음란사이트 '꿀밤'의 운영자인 정모 씨(33)와 정보기술(IT) 담당자 강모 씨(22)를 구속했다. 또 같은 혐의로 사이트 관리자 김모 씨(32)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소라넷'을 본 떠 2013년 6월 '꿀밤'을 만들었다. 그는 인천에서 월 6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법무사였지만 "100억 원을 벌어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에 범행을 계획했다. 꿀밤은 회원 수 42만 명, 하루 방문객 수가 50만 명으로 지난해 4월 소라넷(경찰 추정 회원 수 100만명)이 폐쇄된 이후 최대 규모의 음란사이트가 됐다. 최근까지 480여 곳의 성매매업소로부터 매월 7000만 원 정도의 광고비를 받아 챙겨 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수사에 착수했지만 쉽게 단서를 찾지 못했다. 비트코인을 이용해 광고비를 받고 있었던 게 핵심 이유였다.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업자에게서 받은 비트코인을 2, 3명의 타인 계좌로 옮긴 뒤, 다시 차명 계좌로 출금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은 "비트코인 거래는 일반 금융거래처럼 고정 계좌를 두지 않고, 거래 때마다 계좌 번호가 변경돼 추적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 씨는 대포폰을 쓰면서 성매매업소 업주와는 온라인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 치밀하게 수사를 피해왔다.

하지만 경찰은 여러 의심 계좌를 추적하던 중 한 은행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포착된 정 씨의 모습을 토대로 수사의 실마리를 풀었다. 경찰은 "정 씨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실수'를 딱 한 번 저질렀고 이를 통해 집요하게 수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란사이트 범죄가 점차 지능화되는 만큼 수사 기법을 공개하면 모방 범죄가 우려된다"며 적발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진 않았다. 정 씨도 경찰 조사에서 "대체 나를 어떻게 찾았는지 설명해 달라"며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메인 서버를 둔 꿀밤처럼 소라넷 역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우회 접속이 간단한 인터넷주소를 트위터에 알리는 방식으로 경찰 수사를 피해왔다. 경찰은 2000년대 초반부터 수사를 시작해 지난해 4월 네덜란드에 있는 핵심 서버를 압수수색해 폐쇄했다. 소라넷 운영진도 2개월 후 공식 트위터 계정으로 사이트 공식 폐쇄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 출신이 포함된 핵심 운영진인 40대 부부 2쌍은 해외 도피 중이다. 이들은 소라넷 운영을 거둔 막대한 수익을 이용해 해외 영주권과 비자를 취득해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 일당이 최근 1년 여간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규모만 15억 원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소라넷이 수사를 받자 지난해 초부터 회원 수가 크게 늘었다"고 진술했다. 꿀밤은 회원들이 촬영해 올린 영상 중 가장 음란한 것을 투표로 선정한 뒤 1등에게 200만 원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경찰은 나머지 기간 동안의 거래명세가 남아있지 않았지만 정 씨 일당이 이 사이트로 챙긴 수익이 5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법무사 사무실에 대마를 재배하려한 정황도 포착돼 회원들을 상대로 판매하려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