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는 법률적 환경을 마련해 달라. 10년 내에 통일을 선물하겠다."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좌담회에 참가해 북한의 실상과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방안 등을 밝혔다. 2시간 남짓 열린 좌담회에서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온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북한의 핵무장화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길은 북한 정권의 소멸에 있다"며 "휴전선을 통해 집단 탈북을 유도하는 것이 북중 국경을 통해 탈북을 유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휴전선 군인들은 북한의 '흙수저'만 남아 근무하는 곳"이라며 "이곳에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과 10달러 지폐 등을 지속적으로 살포하면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과 같은 사태가 지휘관을 포함한 군인들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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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전 공사는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외부 정보를 유입해 민중 봉기의 환경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민간단체가 평양에 소아병원을 지어주자 감기 걸린 자녀들을 데리고 왔던 고위 간부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주민들과 접촉이 가능한 현대적 병원이나 평양과학기술대학과 같은 시장경제 원리를 알려주는 대학을 많이 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지원한 식량은 분배 행사가 끝나면 70~80%는 당국이 다시 실어가지만 나머지는 주민들에게 분배된다"며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해 설사 식량의 10~20%가 주민에게 가더라도 남한에서 식량이 왔다는 사실을 주민이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통치방식과 동요하는 북한 엘리트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북한에는 일반 주민들은 모르는 김정은 서기실이 존재한다"며 "모든 부서에서 올라오는 정책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지시를 하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층짜리 건물에 상주한 서기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보다 상위에 있는 조직으로 북한을 움직이는 진짜 실세들은 절대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공포통치에 대한 사례로 "장성택 숙청 때 소속됐던 노동당 한개 부서(행정부)를 몽땅 숙청했는데 부서를 없애버린 것은 노동당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300명 정도의 부서원 중 부장과 과장까지는 모두 처형했고 나머지는 문건 나르던 애들까지 모두 수용소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공포 정치 하에 북한 엘리트들의 동요도 심각하다며 "현재 한국에 비공개로 입국한 고위급 외교관이 상당히 많고, 전 세계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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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와서 KBS와 같은 큰 지상파를 제치고 채널A '이제 만나려 갑니다' 프로그램에 제일 먼저 나간 것은 탈북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