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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화업 60년의 여정

입력 | 2017-01-17 03:00:00

‘윤명로, 그때와 지금’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인사아트센터에서 18일부터 열리는 ‘윤명로, 그때와 지금’전은 윤명로 화백(81·사진)의 예술 인생 60여 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다.

 1959년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으로 화단에 나온 이래 10년마다 작품 세계의 변화를 거쳐 온 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술계의 원로이자 추상회화의 거장으로 꼽히는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의 ‘겸재예찬’ 연작에 이르기까지 60여 점을 선보인다. 마침 단색화 열풍과 맞물려 윤 화백의 추상화가 주목받고 있는 때이기도 하다.

 16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그가 대학 1학년 때 그렸던 유화부터 소개했다. 붉은 집과 나무, 사람들이 어우러진 1956년 작품 ‘무제’였다. “4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때 보여주려고 그렇게 찾았는데 이제야 발견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국전 특선 작품인 ‘벽’을 비롯해 초기엔 이렇듯 구상이었지만 화가는 곧 추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국전의 수상 등급에 따라 작품을 서열화하는 풍토에 반발하고 덕수궁 담벼락에 벽전(壁展)을 주도한 ‘운동가’로서의 이력을 거치면서다.

▲‘균열 80-320’, 1980년 작. 윤명로 화백의 ‘균열’ 시리즈는 물감이 건조되면서 생기는 갈라짐이라는 화학적 작용을 이용한 작품이다. 이 갈라짐은 분열의 사회상에 대한 비유로도 읽힌다. 인사아트센터 제공

 1960년대에서 70년대에 걸친 ‘균열’ 시리즈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제5전시장에 전시된 이 연작은 작가가 우연히 물감의 갈라짐을 발견하고는, 물감 두께와 색채를 조절해 거친 질감을 두드러지게 표현해낸 것들이다. ‘균열’에는 4·19혁명의 열정과 함성 뒤 5·16 군사정변으로 인한 엄혹한 사회 상황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 담겼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들이 ‘갈라졌다’는 부정적 이미지로 그간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회의 혼란과 더불어 ‘균열’이 예언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재평가되고 있다.

▲‘얼레짓 86-801’, 1986년작. 화폭에 무작위로 그려진 선들은 갇히지 않은 자유로움을 나타낸다.

 제4전시장의 ‘얼레짓’은 1980년대의 작업이다. ‘얼레짓’은 연을 날릴 때 쓰이는 도구인 ‘얼레’와 행위를 나타내는 ‘짓’을 합친 말이다. 연을 날릴 때의 움직임에 따라 연의 형태가 변하듯 선들이 무작위로 화폭에 펼쳐지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인 듯 복잡다단한 사람의 마음인 듯 어느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자유로운 모양을 만들어낸다. 동서양의 화풍이 교차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1990년대 이후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그림들을 내놓으면서 깊어진다. 제3전시장의 ‘익명의 땅’ 연작에서는 300∼500호의 대형 화폭에 담은 자연의 거대한 에너지를, 2000년대 이후 집중하고 있는 ‘겸재예찬’ 연작(제2전시장)에서는 진경산수를 창안한 겸재로부터 받은 영감과 자연에 대한 외경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대학 졸업 뒤 한국판화가협회를 창립하고 미국에서 판화를 공부하는 등 1960, 70년대 한국 현대판화의 초기 정립에 기여한 작가답게 최근 판화 작품들도 3층 소전시장에 선보였다.

 작가는 “바람이나 향기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리고 싶다”며 “안 보이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것이 내 작업이 지향하는 바”라고 밝혔다. 그의 추상화에 대한 신념이기도 하다. 3월 5일까지.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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