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고요수목원
‘오색별빛 정원전’이 열리고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의 하경정원. 한겨울에 한밤이면 늘 이렇게 어느 다른 별의 정원인 듯 사랑스러운 별빛의 LED 조명으로 장식된다.
그는 조선말에 일본을 경유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책은 그런 경위로 출간됐다. 그런데 나는 그 책의 제목이 이렇듯 인상적으로 지어진 것을 이렇게 유추한다. 체류 중 그의 뇌리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아침나절 자욱한 안개 속에 드러난 초가집이 빚어낸 고운 풍경이 아니었나하고. 그래서 ‘아침 조(朝)’와 ‘고울 선(鮮)’으로 이뤄진 ‘조선(朝鮮)’의 뜻풀이에 착안해 그걸 그대로 영어로 표현한 게 아닌지.
그의 이름은 퍼시벌 로웰(1855∼1916). 수학자이자 작가였던 그는 미국 그랜드캐니언 근방의 플랙스탭(애리조나 주)에 있는 로웰천문대 설립자다. 그는 거기서 평생토록 화성을 관측했고 무려 160여 개나 되는 운하(運河)를 화성에서 발견했다. 그런 열정은 화성에 생물체가 존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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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바다를 항해하는 돛단배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오색별빛 정원전’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그런 상념은 아침고요수목원을 조성한 한상경 설립자(전 삼육대 교수·원예학)로까지 내달렸다. 그는 1993년 어느 날 화전민이 농사를 포기한 채 염소나 키우던 축령산 아래 이 오지 구중심처 계곡돌밭에 들어왔다. 그는 그걸 개간해 이렇듯 멋지게 수목원과 정원을 조성한 의지의 한국인이다. 그런 생각은 캐나다 밴쿠버 섬의 100년 역사 부차트가든을 보면서 갖게 됐다고 한다. 우리 정서가 담긴 정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람들은 이곳이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된 배경을 탁월한 조경 덕분이라 이해한다. 하지만 내겐 로웰 박사 못지않게 뜨거운 설립자의 열정이 이곳의 꽃과 나무를 통해 전해진 것이라 생각한다.
오색별빛 정원전: 불빛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우리나라 야간어트랙션의 기원(2007년 시작)이라 할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조명) 이벤트. 매년 12월 초 불을 밝혀 3월에 끈다. 올해는 3월 26일까지. 더욱더 자연의 색감에 근접한 부드러운 톤과 빛깔의 발광다이오드(LED)로 올해는 그 불빛이 더더욱 화사하다. SF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조명터널(2개)과 큐피드화살조형, 날개를 펼친 두 천사로 장식된 건물 앞은 기념촬영 명소.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단연 범선 한 척이 돛을 활짝 펼치고 항해하는 시안블루(파란색 계통)의 ‘빛의 바다’(사진). 로웰 박사의 천문대가 있는 플랙스탭의 별빛 총총한 밤하늘을 연상시킨다.
아침고요수목원: 개장은 오전 8시 반, 폐장은 오후 9시. 토요일엔 오후 11시까지 연장. 입장료(주말·공휴일 기준)는 9000원(청소년 6500원, 어린이 5500원). 수목원 안에는 식당과 전통찻집도 있다. 가평시티투어버스(www.gptour.go.kr)를 이용하면 쁘띠프랑스의 ‘어린 왕자 별빛축제’와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를 하룻동안 두루 볼 수 있다.
가평=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