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DB(기사 내용과 무관)
야생 흡혈박쥐가 ‘인간의 피’에 맛을 들인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브라질 페르남부쿠 연합대학교 연구진은 야생의 털다리흡혈박쥐(hairy-legged vampire bat)가 인간의 피로 ‘식사’를 하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브라질 동북부 카침바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털다리흡혈박쥐의 대변 샘플 70개를 분석한 결과, 3개의 샘플에서 인간의 DNA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털다리흡혈박쥐는 밤 시간대에 주로 조류의 피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유류의 혈액은 조류의 혈액에 비해 걸쭉하고 단백질이 많아 이 종에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 실험결과들에 따르면, 털다리흡혈박쥐는 돼지, 염소 등 포유동물의 혈액만 섭취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먹이를 섭취 못 해 굶어죽기도 했다.
그렇다면 털다리흡혈박쥐는 어떻게 인간의 피에 적응하기 시작한 걸까. 연구진은 ‘인간의 침략’에 의한 서식지 파괴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연구진이 샘플을 수집한 이 공원에는 현재 몇몇 가족이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림 파괴와 사냥 등으로 털다리흡혈박쥐가 주로 흡혈하던 대형 조류 큐라소조, 티나무 등이 사라졌다는 것.
이 같은 털다리흡혈박쥐의 식성 변화에 연구진은 우려를 표했다. 흡혈박쥐에 의한 상처는 통증이 심하지 않고 손실된 혈액량도 미미하기 때문에 치명적이진 않지만, 인간에게 광견병 등의 전염병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인근 주민들의 거주지를 방문하며 야생박쥐가 언제 어떻게 인간에게 접근해 흡혈을 하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연구진은 박쥐가 지붕의 구멍이나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물거나, 사람이 야외의 해먹 등에서 잠을 잘 때 흡혈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