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교육청 제공
지난달 28일 오후 전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17명이 집단으로 전라북도교육청 1층 민원실을 급습했다.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은 "교육감님을 만나 정식으로 민원 접수 하겠다"고 외쳤다.
이 소식을 들은 정옥희 대변인은 학생들은 회의실로 데려갔다. 자리에 앉자, 학생 중 한 명이 "담임 선생님과 졸업식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을 더 있게 해주세요"라고 정 대변인에게 요청했다.
사연은 이랬다. 현재 학생들의 담임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로 지난 10월부터 3개월 간 가르쳐왔다.
하지만 기존 담임 선생님이었던 정규직 교사가 1월 2일 복직을 신청해, 기간제 교사가 해고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이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기간제 교사의 기간 연장을 위해 1시간을 걸어 교육청에 방문한 것이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 학교 방학일은 12월 30일이고, 개학은 2월 1일, 졸업식은 2월 12일이었다. 기간제 교사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은 열흘 남짓이었다. 학생들은 그 시간만큼이라도 기간제 교사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에 정 대변인은 학생들에게 "언제까지 답을 줄까"라고 물었고, 학생들은 "30일이 방학이니 그때까지 학교로 말고 학생 대표에게 연락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다고 한다.
교육청은 다음날 학교에 전화해 사실 확인 후 정규직 교사에게 복직날짜를 미뤄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했다. 다행히 정규직 교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기간제 교사는 아이들과 2월 12일 졸업식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정 대변인은 5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처음엔 초등학생 17명이 1층 민원실에 있다고 해서 처음엔 깜짝 놀랐다"며 "들어보니 일이 있거나 학원 가야 될 친구들 빼고 거의 다 왔다더라. 찾아오기 쉽지 않았을텐데 문제의식을 갖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해 기특하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요즘 촛불시위 나가는 아이들도 많다는데, 정말 우리 사회 민주주의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 기특하다"고 전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