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1조 부과 후폭풍 퀄컴 “방어권 충분히 보장 안돼” vs 공정위 “6개월이상 보장… 문제없어” 취소소송 등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퀄컴 주가는 급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 2조7000억 원이 증발했다. 퀄컴의 독점적 사업모델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 공정위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해외 경쟁당국들도 퀄컴 관련 조사에 속도를 내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인텔, 비아 등 통신 칩셋(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을 통합 및 제어하는 장치) 분야의 경쟁사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퀄컴은 공정위 조치에 강력히 반발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 자칫 한미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퀄컴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23%(1.50달러) 떨어진 65.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퀄컴의 시가총액은 하루 새 22억1533만 달러(약 2조7000억 원)가 줄었다. 공정위가 퀄컴에 법 위반 혐의를 명시한 심사보고서를 보냈던 지난해 11월 19일에도 퀄컴 주가는 9.40%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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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조사 중인 미국과 대만 등 해외 경쟁당국들도 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추융허(邱永和) 대만 공정위 부위원장 겸 대변인은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결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반도체업계는 “공정위가 퀄컴의 특허권 남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에 따라 새로운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색하고 있다. 특히 사실상 퀄컴의 독무대였던 글로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구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 AP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휴대전화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모바일 AP와 통신용 모뎀 칩을 하나로 결합한 ‘엑시노스8’ 양산에 성공했지만 퀄컴의 표준특허를 일부 사용해야만 했기에 공격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퀄컴이 그동안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기나긴 법정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자금력이 풍부한 퀄컴이 두려운 것은 막대한 과징금이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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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퀄컴은 공정위의 명령에 대해 집행 정지를 신청하는 한편으로 서울고등법원에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또 공정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보장된 자사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자극하면 국가 간 통상 마찰 문제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황인찬·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