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축구대표 신태용 감독
11일부터 제주도에서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고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신 감독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대표팀(23세 이하)을 이끌면서 얻은 큰 무대 경험을 살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 감독(46)에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신 감독의 지휘 아래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향해 순항하던 올림픽대표팀이 8강전에서 온두라스를 압도하고도 역습 ‘한 방’에 무너져 0-1로 패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21일 “8강에서 떨어진 탓에 리우데자네이루(4강전 예정 장소)는 가보지도 못하고 다른 도시만 돌아다녔다”며 “감독 생활을 하면서 큰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한 방에 무너진 적은 거의 없었다. 큰 영광을 누릴 기회를 한 방 때문에 놓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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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후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A대표팀) 코치로 복귀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다가 지난달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안익수 감독의 대타였다. 개인적으로는 급성백혈병으로 투병하던 중 별세한 이광종 감독의 후임으로 올림픽 팀의 지휘봉을 잡은 데 이어 두 번째 ‘소방수’로 투입된 것이다. 신 감독은 “한국 축구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나를 찾는다는 것은 축구계가 내 실력을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올림픽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면서 다양한 전술과 공격 축구를 실험했다. 수비에 치중했던 한국 축구의 특성에서 벗어나 공격을 통해 경기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조별리그 1위를 달성하면서 내 전술이 세계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11일부터 제주도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제주도는 2014년 12월 그가 A대표팀 코치로 호주 아시안컵을 준비할 때와 2015년 12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준비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던 곳이다. 3년 연속 같은 시기에 제주도를 찾은 신 감독은 “코치들과 이러다가 내년에는 17세 이하 팀을 이끌고 오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했다”며 웃었다. 그는 “더 이상 낮은 연령대의 사령탑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 높은 목표를 위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20세 이하 대표팀 박상혁을 끌어안고 ‘마네킹 챌린지’(하던 일을 멈추고 마네킹 같은 모습을 취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 KFA 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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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남자 축구의 역대 최고 성적은 4위다.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은 안방에서 열리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다시는 ‘한 방’에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온두라스전 때는 수비수 한 명이 전반에 불필요한 경고를 받은 탓에 상대 역습 상황에서 퇴장을 걱정해 반칙을 못 하면서 실점으로 이어졌다”며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는 불필요한 반칙에 대한 경고 등 세부적인 지시까지 명확히 전달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