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빅뱅]퇴임 열흘 앞두고 대권도전 선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단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의(大義)보다 당파와 사익을 앞세우는 한국의 기성 정치권과 비교해 ‘정치 신인’인 자신의 강점을 강조한 것이다. 회견은 유력한 대선주자로서 사실상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10년 총장 임기를 정리하는 모두(冒頭)발언에서도 한국 정치 상황을 자세히 언급했다. “촛불로 나타난 민심은 국민의 좌절과 분노다. 한국 공직자로서의 경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이제 한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깊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국 사회의 오랜 적폐가 드러난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지도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겠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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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취재진이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해 ‘국가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배신당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반 총장도 자신을 도와준 노무현 정부를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자 반 총장은 “나는 평생 살면서 ‘배신(자)’이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나에 대해 배신(자)이라고 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의도적인 인격 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반 총장 재임 기간 서구 언론은 “어디에도 없는 사람(Nowhere Man)”이나 “눈에 안 보이는 사람(Invisible Man)” 등 ‘존재감 결핍’을 집중 비판했다. 이때마다 반 총장 측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과 겸양의 한국적 리더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고 반박하곤 했다.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 반 총장은 자화자찬 수준의 적극적인 자기 홍보를 했다.
반 총장은 스스로 “10년간 (42.195km의) 마라톤 경기를 마치 100m 달리기하듯 전력 질주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성공한 지도자, 실패한 지도자를 많이 만났다고 했는데 지금의 한국엔 어떤 지도자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 총장은 세 가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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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유엔 회원국의 79.8%(154개)와 북극(3회), 남극(1회)까지 방문했지만 수없이 약속했던 북한 방문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는 ‘사무총장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북핵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왜 지키지 못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도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세 번에 걸친 방북 기회가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이 더 늦기 전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