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선 직전 법무부 장관에서 막 내려온 김기춘 씨가 부산 기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말을 했던 ‘초원 복국집 사건’은 특권층의 오만을 보여줬다. 당시 19건의 발언을 분석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최근 저서 ‘특혜와 책임’에서 “언어 훈련이 돼 있지 않고 지위에 맞는 독서가 모자란 상태”라고 비판했다. 한국 특권층은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고위직을 차지했기 때문에 내면에 이기심만 가득할 뿐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5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공개된 녹취록 속 최순실 씨는 ‘은폐와 조작의 달인’이다. 그는 10월 27일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정현식 총장(K스포츠재단)이 얘기한 거를 못 막았어”라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최 씨 지시로 SK를 찾아가 80억 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한 것을 막지 못했다고 질타한 것이다. 다른 녹취록에선 “걔네들이 완전 조작이고, 얘네들이 이걸 훔쳐서 했다는 걸로 몰아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