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흡 산업부 차장
A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가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정권에 밉보인 한진그룹에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최근 한진해운 실직자들 사이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주도한 미르재단에 한진그룹이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내 불이익을 당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이들은 올해 9월 13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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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달라진 것은 올해 10월 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부터. 검찰 수사로 한진그룹이 최순실 관련 재단에 돈을 내는 문제로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실이 알려졌다. 조 회장이 청와대 압력으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것도 뒤늦게 밝혀졌다. 이후 한진해운 실직자들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다른 맥락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한진해운이 무너진 것과 관련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것은 없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도 제한된 수사 기간 때문인지 이 문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한진해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 진실에 부합하는지를 논하기는 너무 이르다. 해운산업 특성을 모르는 금융 관료들의 아집이 주된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현대상선을 인수하기 위해 정부와 신경전을 벌였던 조 회장의 욕심이 한진해운을 나락으로 이끌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진상 및 책임 소재 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 해운산업의 기반을 흔든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비극이 조선이나 철강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라도 정치권이나 관료, 재벌 총수가 구조조정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난 만큼 이제 진상 및 책임 소재 규명의 열쇠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쥐게 됐다. 한진해운 사태는 ‘최순실 일당’이 대기업 손목을 비틀어 돈을 뜯어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후폭풍이 컸다. 특검도 이 문제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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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흡 산업부 차장 jinhup@donga.com